노동현장·학원, 탄압·수난 잇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
노동현장의 구사대 투입, 대학자치권 압살,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폭력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낯익었던 모습들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을 억누르기 위해 공안대책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교육부장관이 대학신입생에게 획일적 이념을 강요하는 편지를 발송하는 등, 공안기류가 강화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투경찰 시민에 돌팔매, 성남 시민 집회 아수라장
전투경찰이 집회중인 시민들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해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일 성남지역 노동자, 학생 등 8백여 명은 최근 물의를 빚어온 ‘푸른학교’ 폐쇄조치에 항의하며 집회를 가졌다<본지 3월 5일자 참조>. 이에 대해, 전경들은 집회장소인 성남시청 앞 광장의 시민 출입을 봉쇄한 데다, 성남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성남시청에 들어가려던 주최측 대표단 4명의 출입마저 가로막아 집회 참석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따라 집회 참가자들과 전경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전경들이 시민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져 시민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시민 이성일 씨는 전경이 던진 돌에 맞아 이마와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의 폭력행사에 분노한 시민들이 오후 10시까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오히려 이날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경기동부실업자대책위 남언호 의장 등 9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쇠파이프 구사대 야간 급습
일진중공업(구 이천전기) 농성장
쇠파이프를 든 용역깡패들이 노동자들을 야간에 급습,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새벽 0시 20분, 인천 일진중공업(구 이천전기)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에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용역원 20여명이 쇠파이프와 해머를 든 채 난입,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천막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던 노동자들과 용역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노조원 채수명 씨와 천세철 씨가 머리와 허리 등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용역원들은 “우리는 일당 50만원을 받고 나왔다. 기물 파손된 것은 우리가 손해배상 하겠다”며 철거에 항의하는 노조원들을 막무가내로 쫓아냈고 농성장 안에 있던 앰프, 식기 등의 기물을 회사 안으로 옮겨갔다. 이날 농성장을 침탈한 용역원들은 경비용역업체 ‘G에버’ 소속으로 알려졌다.
한편 농성장이 파괴된 후 일진중공업 김희수 이사와 지장진 공장장이 회사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노동자들에게 목격됨에 따라, 이날 사건이 회사측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진중공업 노동자 32명은 고용보장과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8개월 째 회사 정문 앞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해 오던 중이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농성장에 경찰력이 투입돼 신중식 노조위원장이 연행되는 등 2명이 구속되고 1명이 수배됐으며, 11명에게 소환장이 발부된 상태다<관련기사 3월 5일>.
단국대학교, 학생회실 일방적 폐쇄
대학생들의 자치공간인 학생회실을 학교당국이 일방적으로 폐쇄해 학생들의 거센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10일 새벽 4시경 운동부 소속 학생들을 대동한 단국대 학생처 직원들은 5개 단과대학 학생회실과 동아리실의 집기를 들어내고 총학생회실을 폐쇄했다. 직원들은 학생회실에 있던 집기와 물품, 개인사물 등을 트럭 두 대에 실어갔으며, 가져간 물품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날 사건에 대해, 학교측은 학생회가 학생준칙을 어겼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서 숙박하는 것을 금지하는 학생준칙(97년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제정한 것)을 어긴 데다, 새내기배움터 행사를 총학생회가 주관한 것 역시 학생준칙에 위배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생회측은 이번 사건이 장충식 이사장의 복귀를 앞두고 장 이사장에 반대해온 학생회의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충식 이사장은 지난해 학교 부도사태의 책임을 지고 1년간 학교운영에서 물러나 있었으나, 한달 후 다시 학교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