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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자의 눈> 정치사찰과 언론


16일 저녁,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청년진보당 선거본부 사무실. 30대의 한 남자가 청년진보당 당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남자는 이날 오후 구로역 앞에서 진행된 구로을 재선거 정당연설회에서 청년진보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촬영하다 당원들에게 발각된 사람이었다.

청년진보당 관계자는 이 남자에게 “소속이 어딘지 밝힐 것”을 거듭 요구했지만, 그는 “파출소 소속이며 상부에 의해 차출돼 사진촬영 지시를 받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신분을 밝히면 중징계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내비쳤다. 지루하게 반복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는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제3의 경로를 통해 그가 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건의 내용은 엉뚱했다. 이날 벌어진 사태가 청년진보당 당원들에 의한 ‘경찰관 납치’사건으로 호도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명백히 경찰의 불법 정치사찰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따라서 언론의 보도는 정치사찰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경찰과 정부의 책임부터 묻는 것이어야 옳았다.

또한 지난해 주요 사회인사와 사회단체에 대한 경찰의 정치사찰 행위가 밝혀지면서 숱한 비난여론이 쏟아졌던 사실을 상기한다면, 여전히 반성과 개선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경찰의 정치사찰 행위는 더더욱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오히려 경찰의 대변인을 자임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덮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한편,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여준 태도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었다. 사건이 구로을 재선거의 선거유세 과정에서 발생했고, 청년진보당 측이 기관원에 대한 신분 확인과 조사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태를 방관했을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