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안기부 고문수사의 지휘 책임자로 지목받아온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민간단체(NGO) 대표 자격으로 유엔인권위원회에 참석(4월 17일-23일), 한국인권상황에 대한 기조연설을 한다는 소식에 국내 인권단체들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15일 한국인권단체협의회(상임대표 임기란, 이하 인권협)는 성명을 발표, "정형근 의원의 유엔 인권위원회 참석은 인권과 인권운동에 대한 모독이기에 절대 반대한다"며, "정 의원이 과거 잘못에 대한 정중한 사죄와 용서를 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슨 인권옹호자나 피해자인 양 국제사회에 나가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형근 의원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5, 6공 시절 안기부 대공수사국장, 제1국장, 제1차장 등을 지내면서 서경원 의원 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사노맹 사건, 남매간첩단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당시 피의자들에 대한 고문수사를 지휘한 책임자로 지탄받아 왔다.
또한 정 씨는 87년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조작하는 일에도 앞장섰던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인권협은 "그는 결코 인권을 입에 담을 수 없는 인물로 이미 법정에서 정의의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며 "정 의원이 일정대로 유엔 인권위원회에 참석한다면 제네바 현지에서 세계 인권 단체들과 함께 정 의원의 기조연설을 행동으로 저지하고 그가 인권가해자임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단체 대표자격도 급조
정형근 씨는 또 자격도 없는 민간단체(NGO) 대표를 사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 비웃음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15일 새정치국민회의는 정동영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정형근 의원이 대표한다는 NGO는 한국의 NGO가 아닌 미국의 민간단체인 국제교육발전위원회로 밝혀졌다"며 "정형근 의원은 한국의 NGO를 대표해서 유엔에 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NGO 회원자격으로 유엔에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또 "정형근 의원은 지금까지 국제교육발전위원회에 회원으로 가입한 적도, 활동한 경력도 없다"며 "교육과 무관하고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유엔에 가기 위한 편법으로 회원자격을 급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정형근 의원의 유엔인권위 참석 계획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양상'을 초래하고 있다. 인권협은 "앞으로 모든 민주세력과 함께 정형근 의원을 심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에게 인권침해를 당한 사례를 수집하고 법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개혁국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16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902호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정형근 의원이 인권탄압 사실을 고백․사죄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그를 추방시키는 운동을 전개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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