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현행 호주제도의 문제점과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주요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주>.
◆ 여성차별의 상징, 호주제 ◆
박소현(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남녀 양성평등의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상징적인 제도가 바로 호주제이다.
아들선호는 우리 나라 역사상 관습적으로 뿌리내려 온 것이지만 호주제가 토착되면서 법적 정당성까지 획득하였다.
현행 민법은 호주의 대부분의 권리와 의무를 폐지하였고 따라서 명분만 있는 상징적인 제도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민법은 호주승계의 순위를 아들-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민법 제984조) 양성평등에 위배되며, 아들이 딸보다 더 중요하다는 잘못된 의식을 심기에 충분하다.
호주승계를 남자를 우선으로 하고 어린 아들이 어머니, 누나, 할머니 등과 같은 여성들을 제치고 호주에 오르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이러한 법규정이 결국 뿌리깊은 남아선호현실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질서와 맞지 않는 호주승계를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구의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과 여성이 법 앞에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법과 현실은 아직 양성평등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 심각하게 파괴된 출생성비 ◆
고은광순(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운영위원)
한국의 출생성비는 심각하게 파괴되었다.(법이 결혼한 딸은 가족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법이 부계혈통만 인정하여 딸만 낳으면 대가 끊어진다는 생각을 부추기니 열 명의 딸을 낳을 수는 없고 그냥 죽이는 것이다. 대구의 초등학교 3학년-백말띠-의 구성은 여자 54명, 남자 111명이다.)
출생성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여성을 '남성 혹은 남성 가문에 종속된 존재', '이차적 존재'로 규정하는 모든 제도와 관습을 개혁해야 한다.
가부장제를 가능케 하는 법적 뒷받침은 바로 호주제와 부계성씨의 대물림이라고 보여진다.
유엔의 여성지위위원회에서 마련한 여성차별철폐협약 조항 중 한국이 유일하게 유보하고 있는 조항은 16조 사항 '여성의 성(姓)도 평등하게 가족의 성으로 선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한국정부는 유보를 풀지 않는 한 이 문제에 대하여 유엔으로부터 항상 추궁을 당하는 궁색한 처지에 있다.
따라서 여성계는 부계성(父系姓)에 대한 '도전'에도 역시 더욱 당당하고 씩씩한 입장을 가지고 대중을 설득해야 할 것이며, 명절, 관혼상제의 남성중심문화가 양성평등문화로 변화될 수 있도록 부단히 생활문화상의 개혁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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