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청산에 대한 국민적 합의 끌어올려야
민족민주열사 희생자추모단체 연대회의는 5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에서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회에 상정돼 있는 여당과 민간단체의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의 문제점과 의문사 진상규명운동의 방향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김창록(부산대) 교수는 “의문사는 국가권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행위”라고 규정하고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로 인한 헌법상 침해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배상까지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연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현 법안의 경우 의문사 규정이 한정돼 있는 것을 비롯해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자의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법에 준해 진상규명위원회의 경우 강제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주는 한편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며 “조사기간도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연장해야 하고, 자수나 기타 방법으로 진상조사에 도움을 준 가해자는 사면이나 감형해야 하고 대통령의 위원임명권을 견제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주장했다.
김동춘(성공회대) 교수는 “의문사는 그 내용에 따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별법으로는 독재시절 민주화운동 과정의 의문사를, 제주4.3이나 진보정당운동 등 전시나 국가위기 시기의 대규모 학살은 여론작업을 통해 국민적 인식을 높여나간 후 접근해야 하며, 공권력에 의한 고문, 구타 등으로 사망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법의 제정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는 한편 과거청산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최소한 의문사의 책임자를 밝혀내 이들이 국가의 요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정형근처럼 고문혐의를 받는 인물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구체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은 의문사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죽음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진정요구는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자와 친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의 경우 대통령이 9명의 위원과 위원장을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진상조사기간은 6개월에서 최장 12개월로 조사 후 혐의가 발견된 사람에 한해서만 공소시효가 정지되며 이때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