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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 안양시청 앞 철거민 노숙투쟁

반복되는 철거폭력, 멍드는 심신


“이불 치우라고 했잖아.”
“당신들한테 할말없으니 가쇼.”
“우리가 여기 누구 때문에 와 있는데 그래, 시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요.”
“이게 왜 소리 질러, 또 한번 시작해볼래? 야, 걷어.”

눈 깜짝할 사이,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내들은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귀인마을 주민들에게 달려들었고 그들이 덮고 있던 이불 등을 쓰레기통에 내 던져 버렸다. 주민들이 힘껏 저항해봤지만 앞 뒤 가릴 것 없이 덤벼드는 사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불과 3~4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종료됐다. 바로 옆에서 이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시청 직원은 자기에게 돌아올 비난이 두려웠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주민 한 명이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오자 퀭한 눈의 아주머니 한 분이 털썩 주저앉으며 절규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능교?”

경기도 안양시청 정문 앞에서는 매일 똑같은 폭력이 반복된다. 시청에서 고용한 철거용역들은 귀인마을을 철거한 것도 모자라, 가수용단지를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을 쫓아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용역들의 폭행 때문에 지난 10월 18일 14명으로 시작했던 노숙투쟁 인원은 현재 3명으로 줄었다. 6명은 용역들에 맞아 병원에 입원했고, 아이들은 폭력을 피해 병원과 친구의 집으로 몸을 숨긴 것이다.

“철거가 들어오기 전만해도 4식구가 재밌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현대가 고용한 철거용역들이 마을에 들어와서는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폭력으로 내쫓았습니다. 맘 같아서야 아이들에게 험한 꼴 보여주기 싫어 딴 곳으로 떠나고 싶었는데, 가야할 곳이 있어야지 가죠. 그래서 시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는데, 애들 엄마는 용역들에게 맞아 보름째 병원신세를 지고 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교과서마저 용역들에게 뺏겨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있습니다.” 최승호(51) 씨가 긴 한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오늘은 지난번에 비하면 약과예요, 지난 12일 밤엔 용역들이 농성장을 완전히 박살 내고 갔어요. 물건이란 물건은 모조리 부셔서 주어오지도 못하게 만들었고 이를 만류하던 주민들은 병원에 차례로 실려갔죠. 농성이라고 시작은 했는데 시장이고 시의원들이고 우리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저 용역들을 고용해 우리를 쓰레기처럼 없애버리려 하죠” 어머니 박순금(81세) 씨가 용역에게 맞아 전치 21주의 부상을 입고 입원중이라는 문석암(46) 씨의 말이다.

스산한 바람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귀인마을 주민 14명은 바람을 피할 곳도 없이 시청 앞에서 용역들의 폭행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