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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시평> 새로운 세기의 되새김질하기


'새 천년'이란 말에 이제는 귀가 아프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새 천년 타령이 새해 연휴에는 정점에 달했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심지어 연말 세일광고마저 새 천년 맞이 특집이었다. 새 시대에는 새로워지겠다는 선언과 새로워질 것이라는 기대에 시비를 걸 생각은 전혀 없다. 한켠에서 자꾸 걸리는 것은 '지금'도 엄연히 진행중인 문제가 2천년대로 진입하면 해결될 것같이 법썩떠는 모습들이다. 새 천년의 '희망선언'에 맞추어 덩달아 들떠지지 않는 것이 미안스러울 정도이다. 그 법썩거림이 공허해 보이니 난들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지난 세기를 전쟁, 냉전 그리고 갈등이 끊이질 않은 '끔찍했던 세월'이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얼마전 한 신문의 1999년 현재 세계의 3분의 1인 65개국이 분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 기사를 보면, 그 끔찍한 일은 과거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인 것이다.

냉혹한 적자생존과 정글의 법칙으로 비판되는 지난 세기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또한 새로운 세기의 진행형임이 분명하다. 세계 2억 5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성과 노동의 착취상태로 내몰려 있는 상황도 새 천년에도 고스란히 떠맡아야 할 있는 문제이다. 지난해말 국제투명성기구(CPI)가 발표한 부패지수를 보면 정치인, 공무원들의 부패정도는 해마다 악화되어 우리나라가 85개 조사국 중 43위로 떨어진 현실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숙제이다.

우리가 떠맡아야 할 벅찬 숙제를 눈앞에 두고 더욱 필요한 것은 '인간의 권리'를 되새김질 하는 것일게다. 지난 세기에서 인간이 이룬 가장 큰 진보는 바로 인간의 권리, 인간의 조건에 대한 발견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인권을 화두로 그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갈등과 편견, 차별의 현장에서 맞서 싸우고, 연대해왔다. 지난 20세기는 어느 세기보다도 가장 많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그를 위해 가장 분주하게 움직였던 시대였다. 그래서 이룬 것도 많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이뤄야 할 것이 산적하다.

인간으로 살 권리는 새 시대에도 여전히 화두가 되고 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평화의 문화'해이다. '평화의 문화와 비폭력을 위한 선언 2000'도 채택되었다. 선언의 첫 항목은 '차별이나 편견 없이 모든 사람의 삶과 존엄성을 존중한다'이다. 선언의 내용은 이전의 것들과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 사실상 달라져야 할 것은 인간으로 존엄하게 살 권리를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자신들의 숙제이고 화두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