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뚜렷한 증거 없이 학생들에 혐의 둬
재개발지역 철거용역들의 숙소에 불이 나자 경찰이 특별한 증거 없이 대학생들을 무더기로 연행 조사해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27일 새벽 3시경 서울 봉천 3동 재개발지역내 사회복지관에 불이 나 잠을 자고 있던 굴착기 기사 최용대(27)씨가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중이다. 이날 화재에 대해 함께 있던 다원 소속 용역들은 화염병 3, 4개가 날아 들어와 불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원 소속 용역원들은 지난해 5월부터 사회복지관에서 숙식하며 상주해왔다.
이에 경찰은 평소 용역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철거민과 학생들을 용의자로 보고 주민 김상초(전철대위원장)씨와 학생 5명을 연행해 조사중이다.
그러나 봉천동 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서정철 씨는 "최근 용역들과 격렬한 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철대위 사무실이나 주민 집에서 화염병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공연히 사람만 잡아갔다"며 "김 씨는 평소에 술을 마시고 집에 빈병을 쌓아두는 버릇이 있는데 그 빈병을 증거물로 쌓아두는 버릇이 있는데 그 빈병을 증거물로 삼는 것이 말이 되냐"며 분개했다. 주민 이영숙 씨도 "평소 사회복지관에서 숙식하지 않던 사람이 그 날 현장에 있던 것과 철거시한이 1개월 정도 남은 것 등은 용역들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이 화재원인과 관련이 없는 쇠파이프 소지를 문제삼아 주민과 학생들을 수사하고 있는 것도 비난을 사고 있다. 27일 연행됐다가 훈방으로 풀려난 학생들의 주장도 경찰이 무리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영훈(서울대입학예정·27) 씨는 경찰이 "김상초가 범인인 줄 다 안다. 김 씨 혼자 하기는 어렵고, 학생들이 공범 아니냐"며 조서작성을 종용했고, "증거물로 화염병이 나왔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은 "연행된 학생들은 빈민활동을 나간 98, 99학번으로 화염병을 구경조차 못해본 학번"이라며 "경찰의 주장대로 학생이나 주민이 불을 질렀다면 왜 도망가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철거폭력의 대명사, 다원
한편, 서정철 씨도 "화재발생 이후 오전 7시경 용역들이 한차례 철대위 사무실을 찾아와 주민들을 협박했으며, 오전 8시경부터 하루 종일 전투경찰 1개 중대와 철거용역 수십 명이 철대위 사무실을 원천봉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 씨는 "철대위 사무실에는 주민과 학생 등 총 19명이 함께 있었는데 이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였으며, 공권력이 전기마저 끊어놓았고 용역들은 밖에서 '나오기만 하면 꼬실려 죽인다'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에 의하면 용역들은 뒤늦게 연락을 받고 온 전국철거민연합 회원 4명이 타고 온 차량의 바퀴를 펑크내고, 항의하는 이들과 주민들을 폭행했으나 주위에 있던 경찰들 중 아무도 폭행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도 주민들은 철대위 사무실외의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다원건설은 철거폭력으로 악명이 높은 회사다. 봉천 3동의 철거과정에서 도 다원건설의 김철호 소장은 오물통을 뒤집어쓰는 자해를 하고 60, 70세가 넘은 노인들에게도 욕설과 폭행을 하는 대표적인 철거용역운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찰에 의해 단 한번도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관련기사 본지 99년 12월 1일> 지난해 11월 철거과정에서 주민 안학만 씨는 용역들에게 밟혀 콩팥이 파열됐는데, 이 부분이 얼마전 재발해 병원에 입원중이지만 치료비 70여만이 없어서 퇴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본지 99년 11월 19일>
앞으로 경찰수사가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