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친구들처럼 학교 다니고 싶어요. 근데 내가 외국사람이라서 안되나 봐요."
또래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있을 시간, 빌랄(12, 파키스탄)은 안산의 한 공부방에서 혼자 논다. 3년전 아버지 키르마니 씨와 형과 함께 한국으로 온 이후, 빌랄은 학교에 다니려고 여러 곳에 입학신청을 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의 자녀란 이유로 빌랄에게 학교의 문은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빌랄은 이제 한국말도 곧잘 하고 공부방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논다. 한글도 열심히 배운다. 빌랄의 장래희망은 발명가다. 하지만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탓인지 에디슨이라는 인물이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빌랄은 공부방에 남아 아빠를 기다린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공장에서 일하는 아빠가 자기를 데리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를 혼자 기다려야 할 때 빌랄은 더욱 엄마와 누나가 있는 파키스탄이 그립다.
"엄마랑 누나는 파키스탄에서 살아요. 엄마랑 누나랑 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치만 파키스탄에는 갈 수 없어요. 가면 아버지가 붙잡혀 가거든요." 빌랄의 아버지는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더라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성남에서 불법체류 상태임을 숨긴 채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6명의 아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은 모두 빌랄처럼 학교에 가고 싶은 꿈을 접어야 한다. 최근 가족단위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가 점차 늘어나고 국내 이주노동자의 3분의 2이상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아이들의 수는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이유로도 아이들이 제때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일이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 좋아할 어린이날이다. 3년째 학교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빌랄이 여느 아이들처럼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