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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의 도시'에 '예비검속'?

'5.18' 20주년 광주, 또 하나의 얼굴


'예비검속'이란 말은 6․25전쟁 직전 보도연맹원이나 마구 연행하다가 죽이던 시절에 쓰였던 말이다.

'5․18청년동지회' 전 회장 정태영(46세) 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 앞에서 광주 북부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 30여명에 의해 연행된 것은 지난 17일 아침. 경찰들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 씨의 팔과 목을 비틀어 승합차에 태웠다. 정 씨는 달리는 차안에서도 양팔이 등뒤로 심하게 꺾인 채 머리를 바닥으로 쳐박은 자세로 약 2시간을 견디어야 했다. 승합차는 여수를 지나 배를 타고 금산이라는 섬에 도착했다. 금산 파출소에서 점심을 먹은 후 배를 타고 고흥 등지를 뱅뱅 돌다가 다시 금산섬으로 돌아와 일행은 그곳 여관에 투숙했다. 18일 아침 경찰들은 정 씨를 데리고 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이동했다.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정 씨는 이동 중인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기도 했지만 결국 죽지도 도망치지도 못했다. 경찰은 기념식이 끝난 18일 오후 5시에야 정 씨를 집 앞에 부려놓았다.

'5․18청년동지회' 회원 유춘탁 씨와 박중석 씨 역시 17일 각각 광주 서부경찰서와 광산경찰서 정보과 경찰관들에 의해 연행되어 장성, 완도 등지를 돌아다니다 18일 오후에야 풀려났다.

정 씨를 연행했던 경찰관은 이 납치극에 항의한 천주교 광주정평위측에 태연히 '예비검속'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유 씨가 이번에 '예비검속' 된 것은 1년 전 "5․18의 정치상품화"에 항의하기 위해 묘역 기념탑 앞에서 연설하는 한화갑 당시 국민회의 특보단장에게 똥을 뿌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다.

"'관변'이 되기를 거부하는" 5․18 부상자와 유족들이 86년에 창립했다는 '5․18청년동지회'는 경찰의 "일상적인" 감시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번에도 이들 3명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 집을 경찰이 철통같이 지켰다는 것.

과연 '예비검속'이 광주를 '세계적인 인권의 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광주: 김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