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봉쇄를 목적으로 재벌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외국공관 유치 경쟁에서 삼성그룹이 또 한번의 개가를 올렸다.
7일 오전 11시 종로2가 삼성타워(국세청 건물) 앞에서 '삼성노동탄압 규탄 및 삼성생명 해고자 원직복직 촉구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던 '삼성그룹 해고자 복직 투쟁위원회(위원장 윤진열)'는 지난 5일 종로경찰서의 전화를 받았다. 온두라스 대사관의 입주로 집회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이 해고노동자들의 집회시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대사관을 유치한다더라"는 소문이 또 한번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 98년 삼성본사 별관에 싱가포르 대사관을, 올 3월 삼성생명에 엘살바도르 대사관을 유치한 전력이 있다.
삼성 해고자들이 7일 오전 집회를 강행하려 하자 종로 경찰서에서는 '옥외집회신고 관련 사전변경 통보'란 공문을 현장에 들고 나왔다. 이 공문에는 '6월 5일 오전 9시경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이 입주 업무를 개시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11조에 의거한 외교기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 해당되어 옥외집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기가 막힌 삼성 해고자들은 대사관이 정말 있는지라도 확인해 보겠다며 건물에 들어갔다가 몸으로 밀려났다. 온두라스 대사관측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교기관의 특성상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시할 수 없다. 모든 문제는 삼성그룹에 직접 물어봐라"고 밝혔다.
삼성해고투의 윤진열 위원장(43)은 "외교기관을 동원하여 노조탄압에 나선 삼성재벌은 우리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 나라(온두라스)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힘없는 나라라고 싼값에 건물 내주고 악용해 먹을 때 우리 나라의 이미지도 망치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고 있는 외무부와 대통령의 국가 경영에 문제가 있다"라고 질타했다.
문제가 되는 현행 집시법 외국공관 100m 이내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조항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난 5월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