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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정원 공작 의혹 또 제기

청주지역 노동자, "간첩조작" 폭로


국가정보원이 협조자(프락치) 공작과 간첩단 사건 조작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와 민주노총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청주지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고, 그 과정에서 이 아아무개 교사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으로부터 프락치 공작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 아무개 교사는 "동네 오빠인 국정원 직원이 지난 6월부터 찾아와 '간첩단 사건이 터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씨에 따르면, 국정원이 간첩으로 지목한 인물은 청주건설일용노조에서 일하는 박응용(37, 한국타이어 해고자)씨며, 이 교사가 회원으로 있던 '새아침노동청년회'(이하 새노청) 회원들이 박 씨에게 포섭된 조직원으로 지목되었다.

새노청은 98년 구성되었다가 지난해 해산한 단체로 노주호(청주건설일용노조 위원장), 윤태영(충북여성노조 위원장), 염은경(대전여성노조 위원장)씨 등이 주요 구성원이었다. 이 씨는 "국정원에서 이들을 장기간 사찰해 왔으며, 이미 그들의 생활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등은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을 유지해보려는 국정원과 수구집단의 무모한 기도"라고 비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건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배경

국정원이 간첩단 구성원으로 지목했다는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충북지역에서 '골칫거리'로 꼽히는 노동운동가들이다. 노주호 씨와 윤태영 씨가 각각 위원장으로 있는 청주건설일용노조와 충북여성노조는 99년 설립된 신규노조로, 지역 내 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이나 부당해고 문제 등을 상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타 사업장 문제에도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지난 6월(국정원 직원이 이 교사에게 접근한 시기)에는 지역 내 유망벤처기업인 '텔슨전자'에서 1백명 가량의 정리해고가 발생한 데 대해 두 노조가 적극적으로 규탄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박응용 씨는 한국타이어(신탄진 소재) 노조민주화운동의 핵심인물로, 오랜 수배생활 끝에 99년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올해 사면복권됐다. 최근엔 과거 한국타이어 노조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사건'이 있었다. 97년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노조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한국타이어 측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는 것이 박응용 씨의 설명이다.

즉, 이번 사건은 지역 내 유력 기업의 이해관계와도 관련 있다는 것이 사건 관련자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