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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엿듣지 마요

국정원 바꿔! 바꿔!

삼성그룹이 1997년 대통령 후보들에게 몰래 많은 돈을 준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어요. 왜 그런 큰돈을 대통령 후보에게 주냐고요?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여서 정치인들이 경제 정책을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하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사장들이 법을 지켜가며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지 감시하고, 관리해야 해요. 하지만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기업들이 법을 어겨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에게 돈을 주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요.

이번만이 아니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통령 후보에게 몰래 돈을 건네 줬다고 해요. 하지만 법을 어겼는지 조사하는 검사나 판사들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 무서워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요. 한술 더 떠서 삼성은 예전에 판사나 검사를 했던 사람들을 뽑아서 삼성만을 위해서 일하도록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삼성이 아무도 모르게 대통령 후보에게 돈을 준 사실이 밝혀질 수 있었냐고요?


낮말도, 밤말도 다 듣는다

정부 기관 중에는 국가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는 일을 하는 곳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 바로 '국가정보원'이라는 곳이에요. 흔히 줄여서 국정원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국정원은 국가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들의 권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도 수집해 왔어요. 더 무시무시한 것은 사람들이 전화로 하는 이야기를 몰래 엿들어서 이런 정보를 모아 왔다는 거예요.

삼성이 대통령 후보에게 돈을 준 사실도 국정원이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과 중앙일보 사장인 홍석현 씨가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몰래 엿들어서 알아낸 사실이었어요. 국정원이 삼성과 중앙일보의 두 사람이 통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알려지면서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일은 분명히 잘못이에요. 하지만 얼마전까지도 국정원은 자신들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해 왔어요. 또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내용을 엿듣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임이 드러났어요.


국정원을 그대로 둘 수 없어요

국정원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몰래 숨어서 엿들을 수 있었던 건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수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경찰이나 검사들이 조사한 내용은 법원을 통해 공개가 되지만 국정원에서 하는 일은 국가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국정원이 한 일을 보면 국민들의 안전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몰래 감시하거나 잡아가서 조사를 하는 일들을 해왔어요. 그러니까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힘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을 위해서 일을 한 셈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국정원이 사람들을 잡아가서 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또한 국내의 정보를 모으는 일에서 손을 떼고, 외부로부터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외국의 정보들을 모으는 일을 국정원의 주요 업무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