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노위 결정, SK 불복할 듯
도급계약 노동자가 실제 파견관계에 있다면, 파견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3월 21일 서울지방노동위 심판위원회(위원장 박원석)는 SK의 용역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지무영 씨 등 4인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지노위는 SK를 상대로 지씨 등 "신청인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지노위는 이번 결정을 통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일한 파견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근로자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6조 3항을 도급 위장 파견노동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했다.
따라서 SK와 같은 주유소 업계의 LG, 한화, 현대 등이 대부분 도급을 위장한 파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도급으로 위장하여 파견된 노동자들의 고용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거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노무법인 참터 배동산 노무사는 합법형태의 파견보다 불법적인 파견이 더욱 많은 현실에서 "이번 결정은 도급 위장 파견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SK 인력팀 담당자는 근로자파견법에서는 채용하라고는 명시되어 있지만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은 아니라며, "우리는 계약직을 제안했으나 그들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번 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에 제소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해고자 지씨의 주장에 의하면, SK가 2001년 초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다른 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한 후 3개월만에 다시 도급형태로 전환한 적이 있어서, 계약직 채용의 의도를 의심케 했다.
한편 이번 결정 후 사용주들이 용역업체를 계속 바꾸어 가며 파견노동 형태를 유지하는 식으로 이 제도를 보다 철저히 악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파견철폐공대위 이병희 집행위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파견제도가 악용되어 노동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없기 위해서는, "파견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