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토론회, 민주노총 공동투쟁 조직 공식제안
‘출산휴가 30일 연장’을 앞세워 생리휴가 폐지, 여성노동자에 대한 근기법상 보호조항 삭제 등의 모성보호관련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기본권 완전 쟁취’를 위한 토론회가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5일 종로성당 강당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민변이 공동주최한 ‘노동법 개악저지 및 노동기본권 완전쟁취를 위한 공동토론회’에서는 노동관련법을 둘러싼 최근 정세의 성격과 투쟁방향을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맨 처음 발제에 나선 이종회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은 “노동유연화와 고용의 불안정화는 신자유주의 자본축적체계의 본질적 문제”라며 “노동인구를 흡수하는 데는 제한이 있지만 축출하는 데는 제한이 없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김대중 정부 초기에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도를 법제화하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약을 강제하여 노동유연화를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유병홍 정책실장도 “90년대 이후 국가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추진된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은 IMF 경제위기 이후 더욱 강화돼 대량실업을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 정책실장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입각한 김대중 정부의 경제논리로 보면 ‘사회적 약자는 단지 사회적 무능력자’이며, 이들 비정규직․여성․장애인․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대책도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과 유 정책실장은 노사정위원회(위원장 장영철)에서 합의를 내세워 복수노조가 5년간 유예한 사실 등을 들며 앞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법제화 과정에서 노사정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노사정위 근로시간 단축특위에서 유급 생리휴가 및 월차유급휴가 폐지, 경제사회특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명분으로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삭감하는 방안 등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유병홍 정책실장은 정부가 제정하려고 하는 구조조정특별법 등 노동법말고도 노동문제와 관련이 있는 여러 법률의 개정 혹은 제정을 통해 “노동권 확보를 위한 총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정책실장은 또 “한국 노동법이 개악을 저지해야 할 정도로 제대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법 개악저지라는 수준은 소극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회 사무처장은 “노동법 개악을 바라보는 서로간의 시각차이가 많이 좁혀진 것 같다”며 “노동법 ‘개악저지’는 정권과 자본이 추진하는 노동법 개악의 면면을 볼 때 ‘상반기 임단협 투쟁, 하반기 제도개선 투쟁’이라는 범주에 포괄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이어 “신자유주의 자본축적체제에 칼을 들이대는 보다 근본적인 투쟁을 조직할 결절점으로서 ‘노동법 개악저지’를 위치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병홍 정책실장은 “예전보다 투쟁전선의 폭이 더욱 넓어져 폭 넓은 연대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곧 여성․인권․사회․장애인․이주노동자 단체 등에 공동투쟁 조직을 꾸리기 위한 제안서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동투쟁 조직에서 올 하반기 투쟁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분쇄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실천계획이 구체화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통계약직노조 강규봉 쟁의국장, 전공련 김욱 정책기획국장, 교수노조(준) 정여화 서경대 교수, 이윤주 서울경인지역 노조 이주노동자 지부장이 나와 비정규직․공무원 단결권․이주노동자 운동의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