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참사 1년, 온종일 이동권 확보 외침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 1년째인 22일,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요구하는 외침이 온종일 울렸다.
2002년, 저상버스 도입 원년으로
이날 오전 11시 장애인이동권연대회의(공동대표 박경석 등, 아래 이동권연대)는 서울 혜화로타리에서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 1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동권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장애인에게 이동의 권리는 다른 권리가 실현되기 위한 전제"인데,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이러한 이동의 권리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차별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추락참사 직후부터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쟁취투쟁에 대해 "초기 장애인들만의 투쟁에서 명실상부한 전체 민중들의 투쟁으로 발전"했다고 평하고, "올 한해는 반드시 노선버스에 저상버스가 도입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와 교통부의 책임 떠넘기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보건복지부와 건설교통부가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관련된 질의에 회신한 내용이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19일 건설교통부는 장애인이 일반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에 대해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은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본다"는 답신을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4일에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가 우리나라 대중버스 운수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 여러 차례 건설교통부(운수정책과)에 협조 요청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이동권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당연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정부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저상버스 도입 의무 불이행, 위헌
이에 따라 기자회견 후 김수태 씨 등 이동권연대 공동대표들은 보건복지부의 회신에 대해 저상버스 도입 의무를 게을리 해, "헌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제10조) △평등권(제11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1조 제1항)를 침해한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의 99헌마198 결정에 따르면, 헌법에 기초해 공권력이 행해야 할 의무가 하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됐을 때, 공권력이 그 의무를 게을리하는 것에 대해 헌법 소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장애인편의증진법' 제4조는 "장애인 등은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0조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편의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시행령 제4조의 별표2에는 편의시설의 종류 중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버스"가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청구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헌법에서 유래된 적극적인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저상버스 도입이라는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는 명백히 공권력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헌법상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했다는 뜻. 같은 이유로 박경석 공동대표는 건설교통부를 차별행위의 당사자로 지목하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절절한 외침, 장애인이동권 확보
오후 1시부터는 장애인이동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가 열린 혜화로타리에는 "근조 대중교통", "근조 장애인 이동권"이 적힌 장례식 조화가 열 개 가까이 세워져 있었다. 결의대회 도중에는 대중교통 화형식이 거행되기도 해, 장애인 이동권이 차별받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오후 2시 40분경 제10차 장애인 버스타기 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례식 조화가 불법집회에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지 못하게 저지했다. 이에 지난해 9차까지 진행된 후 올해 첫 장애인 버스타기 운동은 경찰에 의해 무산됐다.
이에 집회 참석자 100여명은 오후 4시 30분 경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집결해, 세종로 사거리를 점거하고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외쳤다. 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이지은 대표 등 2명은 이순신 동상에 올라가 쇠사슬로 온몸을 결박하며 이들의 투쟁에 연대했다.
이 과정에서 비장애인 중 38명이 종로·중부·남대문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동권연대는 이들 경찰서를 돌아가며 밤늦게까지 항의방문을 전개했다. 이날의 투쟁은 장애인들에게 이동권 확보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