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라"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던 최옥란 씨가 지난 3월 26일 숨을 거뒀다. 고인은 이 세상에서 '여성', '장애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로 불렸다. 그로 인한 억압과 고난의 무게는 엄청났을 것이나, '생산적 복지'를 얘기하는 이 사회는 '인간다운' 생존은커녕 목숨을 부지할 수준의 생존조차 보장해주지 않았다.
고인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에 따라 26만원의 생계급여를 지급 받아 왔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모든 국민에 대하여 국가가 생계, 의료 등 기본생활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00년 10월부터 시행돼온 이 제도는 '최저생계'를 전혀 현실성 없는 '최저'로 설정한 것이다.
대량정리해고, 고용상태 악화, 소득격차 심화, 가정파탄 증가 등 빈곤을 강요하는 구조 속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응급조치에 해당한다. 응급조치가 부적절, 불충분할 때 생명을 구하기 어렵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 제도는 증명하고 있다.
수급자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엄격한 관문은 많은 빈곤층을 배제하고 있고, 터무니없는 최저생계비 적용은 수급권자의 자살을 부를 정도이다. 부양의무자의 범위, 부양능력 판별 기준, 소득 또는 재산 기준 등 수급자 선정 기준은 많고 엄격하나 반면에 장애인이나 노인, 농촌지역과 대도시 지역 등의 특수성을 따진 최저생계 보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한 수급자를 우려한다면 현실적인 지원을 하려 한다면, 제도를 시행할 사람, 즉 사회복지전문요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 또한 계속 받아왔다. 응급조치가 이런 식인데 과연 근본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생존권 보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제우선주의는 희생자들을 확산할 것이고, 현실성 없는 '국민기초생활보장'은 인간다운 생존을 추구할 권리를 조롱할 뿐이다.
사실상 유언이 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말로 저같이 가난한 사람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제도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더이상 수급자들이 자살하거나 저같이 자살을 생각하지 않도록 바뀌었으면 합니다"는 고인의 메시지를 국가는 절실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