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 막을 내린 올해 유엔인권위에서는 파행운영과 정치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진전도 있었다.
아프리카 이주민 차별 실무분과 설립
작년 남아공 더번에서 열린 인종주의 반대 세계대회의 후속작업으로 '더번선언과 아프리카 이주민 차별에 관한 실무분과'가 설립됐다. 설립을 위한 결의안(E/CN.4/2002/L.12)의 표결 과정에서 캐나다는 더번 회의의 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했으며, 대부분 서방국가들은 반대표를 던졌으나, 다수의 지지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한국은 기권). 이 워킹그룹은 아프리카인이 식민지와 노예제로 겪었던 고통에 대한 보상에 관하여 주로 논의하게 된다.
'건강권' 특별보고관 임명
지난 2000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위원회가 '도달 가능한 최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에 관한 일반의견서를 제출한 이후, 유엔인권위는 올해 이 주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했다. 브라질이 제안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의안(E/CN.4/2002/L.47)에 따라 특별보고관은 인권으로서의 건강권, 각국의 상황 등에 대해 조사, 보고하게 된다.
유엔사회권 포럼, 올 여름에
지난 5년 간 유엔인권소위가 제안해왔으나 인권위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던 유엔사회권포럼이 올해부터 소위원회 회기(7월말 시작) 전에 이틀 간 열리게 된다. 사회권포럼은 세계화의 맥락에서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토론을 위한 것으로 '빈곤과 인권'을 올해의 주제로 하고 있다. 폭넓은 시민사회의 참여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국제무역기구(WTO) 등 지금까지 국제인권의 논의 바깥에 존재해 왔던 국제경제기구의 견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역거부권 관련 결의안 통과
98년과 2000년에 이어 올해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인정과 대체복무를 위한 정부의 조치에 관한 결의안(E/CN.4/2002/L.62)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일반토론에서 싱가포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발언했으나, 참관국인 관계로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의안 이행 의무에서 발뺌하기 위한 내용의 서한(E/CN.4/2002/188)을 중국, 보츠와나 등의 연서와 함께 의장에게 제출했다. 한국 정부대표단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현재 헌법판소에 계류 중' 이라고 발언했으며,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고문방지국제협약 선택의정서 채택
지난 10여년 간 논의되어 왔던 고문방지국제협약에 따른 선택의정서 초안이 표결 끝에 통과되었다. '반인도 범죄'인 고문의 의혹이 있는 구금장소에 대해 국제조사단이 불시에 방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택의정서 초안은 경제사회이사회와 총회를 거치게 되면, 20개국의 가입과 함께 발효된다. 표결 과정에서 인권후진국 그룹인 '비슷한 의사를 가진 그룹(LMG)'이 반대했으며, 한국과 일본도 주권침해를 핑계로 반대했다.
제58차 유엔인권위원회의 본회의는 지난 26일 막을 내렸으나, 그 후속작업은 한해 동안 계속된다. '소수자권리', '구조조정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 '현대판 노예제' 등에 관한 워킹그룹들이 한해 동안 열리게 된다. 또한 '세계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 '자의적 구금' 등의 주제별, 버마, 쿠바, 아프가니스탄 등 국가별 특별보고관의 조사 작업도 일년 동안 진행된다. 올해엔 특별히 인권위의 파행진행과 관련 '운영에 관한 의장단 특별회의'도 계획됐다. 한편 유엔 인권위의 하부단위인 인권소위원회는 7월 말부터 3주간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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