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권영화제에서는 그동안 '울림'에서 소개되었던 <겨울에서 겨울로>, <철로 위의 사람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비롯해 10편의 한국영화를 상영한다.
몇 해전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먼지의 집>으로 탄광촌 사람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인 이미영 씨가 최근 완성한 <먼지, 사북을 묻다>를 상영한다. 1980년 정치적 격변기, 사북 역시 술렁댄다. 막장인생으로 살아왔던 사북 사람들은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며 대규모파업에 돌입한다. 전작을 만들 때부터 사북에서 장기 체류하며 그곳 사람들과 거리를 좁혀온 감독은 인터뷰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사북 파업의 실체에 접근하면서 일기 형식의
나레이션을 덧붙여 작품에 대한 사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묵묵히 동참했던 서 로베르토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한사람> 역시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을 만든 김동원 감독은 "독특한 개성과 타고난 유머, 반골 기질 때문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서 신부님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많이 흔들리기도 한 '미운 오리새끼'와 같은 존재"라고 회상한다. 작품은 서 신부를 연대기 순으로 돌아보면서 그의 사상과 실천 그리고 알콜 중독이라는 인간적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까지 찬찬히 그려낸다.
작년말 다양한 영화제를 통해 인기를 누려온 <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도 국내상영작 목록을 차지한다. 작품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기회로 그에 대한 열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측을 심하게 비틀고 꼬집는 영화다. 재기 발랄함으로 보는 이를 폭소로 몰아넣었던 이 작품은 독재자 박정희에대한 칭송에 가볍게 일격을 가한다.
부안 사람들의 바다 사랑을 말하는 작품 <어부로 살고 싶다>는 새만금 간척 반대 투쟁을 아름다운 영상과 대치시켜 보여준다. 엄청난 돈으로 갯벌을 쓸어버리려는 행정관료들과 맞서 부안의 옛모습 그대로를 지키려는 이곳 주민들의 지난한 투쟁은 말뚝 망둥이, 따개비, 개맛, 검은띠 불가사리 등 갯벌의 숫한 생명체들의 가치와 함께 이 작품의 주요 동력이 된다.
미군의 폭격소리가 고막을 찢는 매향리를 상기시키는 작품 <매향리로 돌아가는 먼 길>과 갈수록 협소해지는 '집회, 시위에 대한 자유'를 이야기하는 단편 <가로막힌 자유, 집회> 역시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