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여교사에 오히려 '품위손상' 경고조치
최근 학교현장에서 교직원에 의한 여교사 및 어린이․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교육부와 해당학교가 진상조사 및 가해 교직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교사와 학생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0여개 단체로 이루어진 학교내성폭력근절을위한연대모임(아래 연대모임)은 느티나무 카페에서 △가해교사에 대한 파면과 해당 학교장에 대한 징계 조치 △학교내 성폭력 범죄 방지를 위한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및 성폭력상담 전문여성인력 배치 △성폭력범죄 예방교육 및 관리점검 실시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대모임은 기자회견에서 "성폭력은 피해 학생과 여교사에게 심한 상처를 남기고 삶을 파괴하는 패륜행위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가 취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학교 당국에 의해 피해자가 장시간 협박이나 취조를 당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천 ○○여중의 한 여교사는 지난 2월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수안보에서 있었던 교원 자체연수에서 강제로 부르스 춤을 추는 등 김○○ 부장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피해 여교사는 인천 동부교육청으로부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오히려 "왜 술자리에 갔느냐"며 책임을 추궁 당하고 "공무원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받아야 했다.
연대모임은 또 "중징계를 받고 교단을 떠나야할 가해자들이 잠시 다른 학교로 전보되거나 경징계돼 다시 교단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육부나 학교당국이 취하는 가장 전형적인 처리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서울 ○○여고의 수학여행 기간에 일어난 교사에 의한 여고생 성폭력 사건의 처리과정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장은 가해교사에 대해 같은 재단 학교인 ○○여상으로 전출시켰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에 대해 계속 그냥 넘어갈 것입니다. 저는 그러기를 바라지 않습니다"라던 한 여학생의 요구가 묵살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상담하고 도움 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연대모임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내에 여성, 학부모,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양성평등위를 설치, 진상조사를 하고 성폭력상담 전문여성인력을 배치해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교조는 8일 교육부에 성범죄 예방교육 실시 및 대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내 22일 답변서를 받았다. 전교조 진영옥 여성위원장은 교육부의 답변내용에 대해 "성폭력 사건과 관련 조치를 강구하는 공문을 해당학교에 발송했을 뿐 별다른 조치 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성폭력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당국의 철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