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폭력사태·부당노동행위 수수방관
사회단체들이 사용자 측의 대화 거부로 장기화되고 있는 병원 파업 사태의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경희의료원은 5일로 파업 75일째.<본지 6월 13일자 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동당,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77개 사회단체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의 가톨릭 중앙의료원 본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탄압 중단 △사용자측의 폭력행위와 부당노동행위 처벌 △노동기본권 침해하는 직권중재제도 철폐를 병원 사용자와 정부에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지금 파업 중인 병원에서는 사용자 측에 의해 상상을 초월하는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이번 파업과 관련, 출두요구서 발부 및 체포영장 발부자 총 180명, 손해배상청구액 19억 6천만원, 가압류액 총 50억원, 징계해고자 34명, 기타 징계자 122명, 징계위원회 회부자 293명 등 사측이 가하는 압박의 정도는 노조 파괴 공작을 방불케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일, 경희의료원에서는 사용자 측이 총장을 만나겠다고 본관 안으로 들어가려는 조합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1m가 넘는 표지판을 집어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해 조합원 중 12명 가량이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그 중 한 명인 경희의료원 지부 강명숙 씨는 5일 현재까지도 양쪽 팔이 꺼멓게 멍들어 있었다. 또한 가톨릭 중앙의료원에서는 사측이 집단 노조 탈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7월 중순 경 20명, 13명 등 잇따라 노조 탈퇴서가 등기우편으로 노조에 배달됐는데, 우체국에서 찍은 등기번호가 연달아 있으며 모두 요금후납 방식에다 탈퇴 사유도 유사해 이들의 노조 탈퇴가 조직적으로 처리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부 당국이 병원 사용자들의 폭력행위나 노조파괴 공작, 부당노동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수사와 법에 따른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일부 병원 사용자들은 노조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노조 간부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파업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직권중재조항을 이용하고 있다"라며 "불성실교섭과 파업 장기화를 유도하는 '직권중재제도'를 철폐하라"라고 요구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철도·시내버스·수도·전기·가스·정유·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고 이 때 파업을 벌이면 곧 '불법'으로 규정된다.
기자회견문에 연명한 77개 단체들은 이날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직권중재제도 철폐와 보건의료노조 장기파업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대위'를 구성해, 10일 병원 장기파업 사태 해결과 직권 중재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는 한편 정부 책임자 면담을 통해 정부의 적극적 사태해결 노력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