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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국가보안법을 벗어던져라

21세기 첫 대통령 선거,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 “일하는 사람들의 대통령”의 구호 옆에서 20세기 망령이 미소짓고 있다. 그 이름, 국가보안법! 또 한 살을 보태 제정 54년을 맞는 희대의 악법의 건재함에 우리는 기가 차고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국가보안법이 어떤 법인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를 때려잡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한 법이다. 대화와 협력의 상대자이자 민족통일을 함께 논의해야 할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법이다. 우리나라가 따를 것을 약속하고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을 명백히 위반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법이다. 국민의 결사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이적단체’ 규정은 대학생회의 대표로 뽑히는 수많은 청년들을 공안기관의 사냥감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국민 개개인의 내심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고약스런 이 법은 인터넷 상의 토론까지 잡아내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법 자체가 갖고 있는 반인권성에 더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심각하게 남용, 오용됨으로써 인권유린의 온상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남북정상회담,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국회의원들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 등으로 어느 때보다 폐지의 조건이 무르익었고, 민주화운동 원로들의 호소를 비롯해 변호사․교수․성직자․학생 등 각계각층의 농성과 시위가 몰아쳤다. 인권활동가들은 20년만의 폭설과 추위 속에서 노상단식농성을 감행하면서 “가라, 국가보안법”을 외쳤다. 그러나 군사 독재정권의 잔재를 제거하고 새로운 인권보호제도를 세워 나가야 하는 역사적 의무를 요구받은 ‘국민의 정부’와 ‘인권대통령’은 국가보안법 개폐에 손도 대지 못했다. 기만적인 약속과 번복, 정쟁속에 황금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인권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던 김 대통령의 초라한 말로는 인권을 배신한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그 해석의 제한이나 오남용의 제한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반인권성’을 본질로 하는 법이다. 인간의 자유로운 내심을 억측하고 처벌하려는 법이 그대들의 구호와 함께 갈 수 없음을 직시하라. ‘인권의 성찬’은 말로써 충분히 맛본 김대중 정권 5년이었다. ‘말’로써가 아니라 진짜 인권의 ‘맛’을 보고 싶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약속하고 실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