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이 으레 그러하듯 산2번지의 주민들 대부분도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 중 많은 사람들이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다.
현재 전체 기술직 건설노동자의 90% 가량은 임시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의 건설업체는 최소한의 핵심기능인력조차 보유하지 않은 채 기능인력의 거의 전부를 외부에 의존하는 극단적인 하도급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회사측에는 노무관리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극대화라는 이점을 주지만 건설노동자들에게는 항상적인 고용불안이라는 문제를 안겨준다.
불안정한 고용구조는 임금, 복지, 사회보호 등 여러 측면에 걸친 문제로 이어진다. 일례로 건설일용노동자는 그리 적지 않은 일당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 노동자에 비해 평균 임금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용불안으로 인해 한 달 평균 근무일수가 19일 정도에 불과한데다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에게 보장되어 있는 유급휴일이나 상여금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에게는 산업안전의 문제도 심각하다. 전체 산재 사망사고 가운데 건설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에 달하고 있으며, 미숙련·반숙련 노동자들은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법이 없어서 열악한 근로조건이 지속되고 건설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당국의 의지 부족이다.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사고가 있어도 관계당국은 안전관리비가 올바로 집행되고 있는 것인지, 혹 안전관리비가 하도급과정의 거래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조사하지 않는다. 법의 준수를 감독해야할 노동부와 각종 위법 사항을 처벌해야할 법원 및 노동위원회의 업무 방기 속에서 건설일용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당국의 지도·감독 강화와 노동조합의 교섭권 인정 등 노조 역할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궁극적으로 건설업의 비정상적인 하도급구조를 개선함으로서 고질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동시에 제반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