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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착잡…울분, 거세지는 규탄시위

배달호 씨 분신 8일째, 두산불매운동으로

16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 두산본사 앞 인도는 검은 머리띠와 두건을 쓴 노동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지난 9일 회사측의 노조탄압으로 분신한 고 배달호 씨의 죽음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무대 위에 설치된 분향소 옆에는 '손배 가압류 해제', '노조탄압 중단'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배달호 동지 살려내라!"는 노동자들의 외침과 함께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추모·살인 두산재벌 규탄대회'가 시작됐다.

추모사에서 발언자들은 "배달호 씨의 분신사망 사건은 수십억 손해배상 및 가압류와 징계·해고·고소고발 등 박용성 회장이 진두지휘한 두산재벌의 혹독한 노동탄압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비판하면서, △박용성 회장의 퇴진 △손해배상 가압류 78억 철회 및 해고 등 노동탄압 원상회복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 인수 특혜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뒤에도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는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참가자들은 두산 본관을 향해 '계란세례'를 퍼부었고, 건물 옆에 걸린 두산 깃발을 내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박주석 씨는 지난해 발전노조 파업에 참여했다가 해고를 당한 노동자다. 박 씨는 "회사이름만 바뀌었을 뿐 우리가 당한 탄압과 똑같다"며 "먹고살기 위한 투쟁조차 불법으로 취급하는 건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답해했다.

태광하이텔노조 조합원인 김혜진 씨는 "일손을 놓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손해배상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마누라가 노조 활동한다면 지지할 남편이 어디 있겠냐"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민주노총 안산지구협의회에서 상담실장을 맡고 있는 권향숙 씨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파업을 진행하더라도 파업이 끝난 후에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노조활동을 했는데 (회사에) 몇 억씩 물어줘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손배소송, 가압류 등 노조를 길들이고 조합원들의 저항을 누르려는 회사의 노동탄압이 멈추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계속될 뿐이라는 게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한편, 민주노총 등 40여 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분신사망 대책위원회'는 오는 18일과 25일 각각 창원과 서울에서 다시 대규모 도심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www.antidoosan.or.kr)를 개설해 두산제품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과 함께 박용성 회장의 국제기구 직함을 박탈하기 위한 국제연대운동도 벌여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