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양산하는 노동법 독소조항 개정투쟁 시동
지난 1월 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의 분신 이후 신종 노조파괴 수단의 대명사로 떠오른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비롯한 노동법의 각종 독소조항을 대폭 수정한 개정안이 마련됐다.
5일 오전 11시, 민주노총·민주노동당·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 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등은 지난해 말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금액이 총 2천222억9천만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에 이르는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현행 노동법에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각종 위헌적인 조항이 많기 때문에 불법파업이 양산되고 그에 따라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도 발생하는 것"이라며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노조 탈퇴나 노조 무력화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손해배상·가압류를 부당노동행위에 포함시켜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현행 노동법 3조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노조는 물론 노동자 개인에 대해서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조파괴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물론 노동자 개인과 가족·친지의 생존권까지 침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는 따지지 않고 단지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 손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노동자 개인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손해배상과 관련한 가압류도 완전 금지시켰다. 재산 소유권자의 이익과 사측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현행 노동법 조항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대폭 수정한 것이다.
임금이나 노동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에 관한 쟁의행위만을 허용하고, 정리해고나 기업의 인수·합병,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 관한 파업은 원천적으로 불허함으로써 불법파업을 양산하고 있는 2조 5항도 손질했다. 개정안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뿐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 등과 관련해 발생한 분쟁'으로 정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나 정책파업 등을 합법화하고 있다.
파업불참자들을 중심으로 조업을 계속하면서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 파업 참가자들을 강제 퇴거시키는 근거 조항이 되고 있는 노동법 46조는 '부분 직장폐쇄 자체를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마련됐다. 또 조직폭력배들의 신종 유행업종이기도 한 경비용역업체가 시설보호를 명목으로 파업현장에 용역깡패를 배치하고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업장 배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용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가로막고 있는 복수노조 금지조항,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사전 박탈함으로써 사용자의 불성실 교섭을 유발해 결국엔 불법파업을 양산하도록 만드는 직권중재제도 등도 폐지 대상에 올랐다.
이날 발표된 노동법개정안은 다음주 공청회와 대국민 서명운동을 통해 본격적인 개정투쟁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두산사태의 해결을 위해 오는 12일부터 사흘동안 금속연맹 소속 1천여 노조원으로 구성된 '결사대'를 두산중공업에 파견하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는 20일경 금속연맹을 중심으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