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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연재] 국가인권위원회 들여다보기 : 8개월만에 나온 "기간제교사 차별 말라" 권고


# 서울 한천중학교의 한 정규 교사가 2000년 3월부터 1년간 휴직했다. 이에 아무개 씨는 기간제 교사로 채용돼 근무했다. 계약은 방학을 제외하고 학기 단위로 체결됐다. 이듬해에는 다른 교사의 휴직으로 다시 기간제 교사로 일했는데, 학기 단위의 계약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무개 씨는 정규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정규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방학 중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고, 연차휴가도 사용할 수 없었다. 한천중학교의 차별 대우는 이뿐만 아니었다. 기간제 교사들은 사실상 1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쳐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고, 호봉 수가 아무리 높아도 최고 10호봉까지만 인정받았다. 이에 아무개 씨는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 이 진정사건과 관련, 24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인권위)는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한천중학교장 등을 상대로 △1학기 이상 일한 기간제 교사에게 방학중 임금을 지급하고 △1년 이상인 경우에는 퇴직금을 지급하며 △연가 및 월차휴가를 인정하고 △호봉 책정시에도 현 10호봉 상한을 좀더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덧붙여 교육인적자원부에게는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각급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비용절감, 교사통제 등의 이유로 초·중·고교 기간제 교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환영할만한 일로 평가된다. 특히 유시춘 인권위원은 "기간제 교사의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라며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쟁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권고가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는) 상징적인 지침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전교조 이강훈 교육국장은 "교육부가 해당학교를 강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가령 '방중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가 아니라 '지급해야 한다'고 고치는 등 교육부의 지침이 명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의 재임용 불안 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언급이 없는 점도 지적됐다.

주목할 만한 또다른 문제점은 이번 진정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무려 8개월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조사국의 기초조사가 3개월만에 끝난 반면, '차별인지 아닌지 결정'하기 위해 무려 5개월이나 소비된 것이다. 이렇게 논의가 길어진 이유는 인권위의 각종 회의가 대개 2주마다 1번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회의 때 사건의 논점을 정확히 정리해내지 못하는 인권위원들의 문제가 더 크다.

인권위원들은 회의 이전에 사건조사 보고서를 충분히 검토한 후 회의 한번 할 때마다 조사결과의 치명적인 결함을 명확히 지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회의 이전에 조사관에게 보완할 지점을 통보하는 성실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2주에 1번 회의가 열리더라도, 신속한 구제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