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단체들, "언제까지 양심을 철창안에 가둘 건가"
오태양 씨에 이어 또 한 명의 불교신자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30일 불교신자인 김도형 씨(24세, 목포해양대 휴학 중)는 조계사 옆 대한불교청년회 만해교육원에서 불교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부처님의 불살생 계율과 일체의 폭력을 반대하는 불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절에 다니기 시작한 김 씨는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고등학교와 대학 생활 내내 불교학생회 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2000년부터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아래 대불련) 목포지부 지부장, 대불련 중앙 교화포교부장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평화․통일 염원 전국순례, MD반대 활동, SOFA 개정을 위한 108배 정진 등의 평화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군복무와 종교적 신념과의 충돌문제를 두고 고민하게 된 김 씨는 입대 후 집총을 거부할 마음으로 지난 4월 22일 입영장소로까지 향했다가 다시 사회에서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길을 택했다. 애초 부모님께 누를 끼칠 것을 염려, 군내에서 조용히 수감생활을 할 계획이었으나 입영절차를 밟던 중 집총거부 의사를 밝힌 김 씨를 군 관계자가 돌려보낸 것. 김 씨는 당시 군관계자가 "집총을 거부하는 자를 굳이 입대시켜 영창에 가둬둔들 뭣하겠냐. 여호와의 증인 외에 불교를 이유로 집총을 거부한 전례도 없었다"며 사회에 나가 병역을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씨는 감옥에 갈 마음까지 먹은 터에 사회에서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 결국 입영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고 다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이후 김 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병역법상 입영기피죄로 민간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아직까지 경찰의 출두명령서는 발부되지 않은 상태다.
오태양 씨와 팃낙한 스님과의 만남이 병역거부를 결심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김 씨는 "군대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군대가 평화라는 필요에 의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 씨는 향후 출가할 의사도 함께 밝혔다. 이어 김 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가둘 것이 아니라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주길 바란다"며 "불교계에서도 종단 차원에서 병역거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10개 불교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종교적 신념과 개인의 양심을 언제까지 철창 속에 가두어둘 셈인가"라고 물으면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과 병역거부 양심수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양심에따른병역거부권실현과대체복무제도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도 이날 지지 성명을 내고 "김도형 씨의 병역거부는 불교신앙을 통해 사회적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종교적 신념과 인생관에 따른 진지한 결단"이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보편적 인간의 권리이자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김 씨는 관련단체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 병역제도에 대한 인권적 판단을 구하는 진정을 접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