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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출범에 거는 기대


지난달 30일 국회가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7명에 대한 동의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지난해 10월 조사활동이 종료되었던 위원회가 새롭게 조직을 구성하고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종길 교수가 중앙정보부의 정치공작과 고문수사 과정에서 사망했고, 중대 내무반에서 술 취한 하사관에게 총을 맞고 쓰러진 허원근 일병 사건이 은폐·조작되었음이 밝혀졌을 때, 국민들은 과거 국가범죄에 경악했고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 위원회의 활동과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정의를 세우는 일이었고,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었다. 그런 국민적 지지는 3차 법개정으로 이어져 2기 위원회는 30건의 진상규명불능 사건과 기각 사건 가운데 위원회가 재조사하기로 결정하는 사건을 재조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2기 위원회의 앞날이 순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위원회가 제기한 김준배 씨 사망사건 재정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은 위원회 결정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법원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검찰과 경찰, 군수사기관들도 여전히 위원회 활동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 범죄를 감추어야 하는 국정원, 기무사 등은 여전히 문서고를 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강제할 권한이 없는 위원회로서는 참고인들을 불러내어 그들의 진술들을 모아 진실의 조각들을 맞추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외에도 보수언론, 과거 국가범죄에 가담했던 국회의원들, 정부기관들도 때로는 위협으로, 때로는 회유로 2기 위원회의 조사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2기 위원회는 이런 도전과 한계들을 지혜롭게 넘어설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 길은 국민과 함께 하는 진상규명의 길이다. 조사와 결정 과정에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옹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지지를 업고 국정원과 기무사의 문서고를 열게 하고,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배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획득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 과거 청산의 새 길을 여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로지 진실만을 세우려는 흔들림 없는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는 2기 의문사위원회가 그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