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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무현정부 첫 국보법 사건

건대생 2명 구속…<자본론>까지 이적표현물 지목


소위 '참여정부' 출범 후 최초의 국가보안법 사건이 터졌다. 이전 정권 시기에 '이적단체' 가입 혐의로 수배됐던 한총련 대의원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구속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현 정부 하에서 한총련과 관련 없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자본론>과 같이 쉽게 구할 수 있고 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읽어 봤을 만한 책이 이적표현물로 지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건국대 법대 학생회장 김종곤 씨와 같은 학교 축산대 김용찬 씨는 스스로를 "홍제동 사람들"이라고 밝힌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돼 홍제동 대공분실로 연행됐다. 14일 이들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고무·찬양(1항), 이적표현물 제작·배포(5항) 혐의로 구속됐다. 김종곤 씨에게는 폭행·화염병사용·집시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두 학생의 구속 사유는 △<맑스를 위하여>, <자본론>, <신좌파의 상상력> 등의 서적 소지 △<메이데이 참가단 자료집>, <빈민활동 교양자료집> 제작·배포 등이다. 구속된 두 학생은 일상적인 학내 활동과 함께 지난해 7월 서울 안암1동 강제철거 반대투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특히 김종곤 씨에게 추가된 폭행 등의 혐의는 당시 쇠파이프와 낫, 화염병을 들고 나타난 3백여 명의 철거용역에 저항하기 위해 10여 명의 지역주민들과 함께 연대 투쟁을 전개한 것과 관련돼 있다.

18일 홍제동 대공분실 앞에서 전국민중연대 주최로 열린 구속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종곤 씨의 법대 후배 이호영 씨는 "이적표현물로 지목된 책은 시중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라며 "이들 책에서 일부 구절을 짜집기해 고무·찬양 혐의까지 적용시켰다"며 분개했다.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공안기관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런 식으로 사건을 조작한다면 해체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적표현물 제일 많은 교보문고를 구속하라!"는 피켓도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는 "학생들이 제작·배포·소지한 출판물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을 구속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여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김성란 사무총장도 "정부가 보안법의 개정·폐지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