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째 테러방지법 제정에 집착하는 국정원에 대해 절로 생기는 의문이 있다. 테러방지법이 없으면 테러를 예방하거나 진압할 수 없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2월 내놓은 의견서에서 '현행법과 제도가 테러 행위에 관한 정보수집과 예방, 진압과 처벌을 위해 다양한 국가기관에 전문적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법무부, 경찰, 국정원은 물론이요 군대와 건설교통부, 관세청까지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
그렇다면 통합적인 대응 체제가 없어서 문제인가? 장주영 변호사는 "재난관리법이 국정원이 내놓는 테러방지법보다 더 효율적"이라며 "재난관리법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체제를 효과적으로 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재해가 아닌 재난에는 테러로 인한 피해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다른 기관들이 관련 업무를 한다 해도 해외와 정보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국내에 분산된 정보들을 총괄해야 한다"며 테러방지법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이에 대해 이계수 교수는 "해외와의 정보교류협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특정한 목적을 위해 수집된 정보는 그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중요 원칙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분산된 정보들을 함부로 총괄하려는 국정원의 구상을 비판한다. 장 변호사 역시 "국정원 식대로라면 중앙정보부 때가 가장 효율적이었을 것이며, 이는 곧 권한을 남용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는다.
문제는 민주적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비밀정보기관 간의 정보교류이고, 우리는 오히려 그것을 줄이라고 요구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제는 국정원의 논리를 쫓다 곧잘 잊어버리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이른바 '테러'는 왜 발생하는가? 이계수 교수는 오늘날의 테러를 "신자유주의의 세계화가 폭력적으로 관철되며 미국에 의한 일국 지배 체제가 공고화되고 있는 시대상황의 필연적 결과물"이라고 본다. 소수의 나라, 소수의 사람들 손에 권력과 부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주변화된 나라 사람들의 절망적인 몸부림의 한 형태가 '테러'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테러'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가? 국가기관의 물리력을 강화하는 것이 그 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초강력 통제국가, 이스라엘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결국 진정 안전을 원한다면, 나라간 사람들간의 빈부 격차를 줄이고 평화를 증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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