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을 부끄럽게 만들어 놓고 가버린 사람아… 편히 잠드소서…"
10월 26일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분신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자 고(故) 이용석 씨의 장례식이 8일, '전국노동자장'으로 치뤄졌다. 노동조건 개선과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관한 근로복지공단 노사간 합의가 지난 6일 성사됨에 따라 고인이 운명했던 10월 31일로부터 38일이 지난 이날에서야 장례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노동자장에는 7백여 명의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비롯해 노동자와 학생 등 1천여 명이 참여하여 고인의 넋을 기렸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고인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비정규직 차별이 당연시되고 비인간적인 삶이 강요되고 있다"며 "당신이 몸을 살랐던 비장한 각오로 그 뜻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고 강경대 열사 아버지 강민조(현 유가협 회장) 씨는 "자식 잃은 부모는 평생 그 슬픔과 눈물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힌 뒤 참가자들에게 "죽어서 열사가 되지 말고 차라리 살아서 투사가 되자"고 호소했다.
고인의 형인 이병우 씨는 "홀어머니 남겨두고 떠난 동생아, 다음 세상에 다시 형제로 태어나 못 다 나눈 정 마저 나누자"며 흐느꼈다. 이병우 씨의 애절한 외침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 고인의 유가족들의 오열과 노동자들의 흐느낌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모든 참가자들의 분향과 헌화가 끝난 후 고인의 영정은 5·18 묘역에 묻히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6일 사측과 △고 이용석 비정규직 노조 광주전남본부장을 6급 정규직 명예직원으로 추중 △향후 비정규직 직원 확대 중단 △정규직 채용시 50%는 비정규직에서 채용 등에 합의했다. 이는 고 이용석 지부장이 분신한 다음날인 10월 27일부터 비정규직노조의 전면파업, 정종우 위원장의 단식농성, 이달 1일 조합원 집단단식농성 등 힘겨운 투쟁을 통해 간신히 얻어낸 성과였다. 이러한 과정은 공단 측의 회유와 부당노동행위, 교섭회피와 불성실한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좌절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고 이용석 지부장이 분신한 지 이날로 43일째, 그의 스러져간 외침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속에 하나의 희망, 하나의 불꽃이 되어 그 힘겨운 고통과 좌절을 이겨내게 해 주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