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의 산재 불감증 … 노동자 한 해 2천5백명 사망
25일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아래 금속산업연맹) 소속 노동자들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산업재해 불감증'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산업 재해의 책임을 회피하며, 오히려 안전보건 제도를 개악하려는 경총과 무대책으로 일관해 온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집회 참석자들은 산업재해에 대해 정부와 기업에게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하며 '안전보건 제도의 개선'과 '요양관리제도의 개혁'을 요구했다.
산재는 자본에 의한 살인
지난 1월 한달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4명이 산재로 사망한 것과 관련, 5일 노동부와 검찰은 산재 사망의 책임을 물어 현대중공업 안전담당 이사를 구속했다. 그러나 경제인총연합회(아래 경총)는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 '사법권 남용' 등을 거론하며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 노동계로부터 비난을 샀다.
이날 집회에서도 경총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사업국장은 "산재 사망은 결코 우연이나 노동자의 부주의로 일어난 것이 아니고 경총에 있는 경영 관리자들에 의한 살인"이라며 "상무 이사를 구속할 게 아니라 기업주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3만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갔다"며 "매년 2천5백 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어 가는 이 나라에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절규했다.
죽음에 이르지 않더라도 산재로 인해 노동자가 떠 안는 고통은 생존을 위협한다. 지난 14일 산재요양환자 유석상 씨는 "수술한 허리가 아파서 견딜 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청구성심병원노동조합 김명희 조합원은 "20여 년 동안 일해 왔지만, 산업재해로 1년 6개월 동안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등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하며 "산재 환자들이 가족들과 같이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말했다.
사업주 처벌은 솜방망이
금속산업연맹은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사업주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사업주 처벌은 평균 벌금 3백 만원 정도이며, 구속율은 평균 0.001-2%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약 2천5백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고, 이러한 산재사망률은 영국의 20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5∼10배 수준이라는 것.
지난해만 보더라도 9월까지 2천1백54명의 산재사망자가 집계됐고,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산업재해를 대하는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여전히 '강건너 불구경'이라는데 노동자들의 분노가 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산업재해와 관련해 △유해·위험에 대한 익명의 신고제 도입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등 지도·감독 강화 △산재보험 급여 심의
기간 준수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지침 개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