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개악집시법에 인권·사회단체가 뭉쳐 불복종으로 맞서기로 했다. 85개 인권·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개악집시법대응연석회의는 4일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이 달 1일부터 발효된 집시법을 개정하기 위해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농민·사회단체들은 개정된 집시법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입을 모으고 정부의 후안무치한 조치에 '법을 어김으로써' 대응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국빈민연합 김흥현 의장은 "우리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 집회와 시위"라며 "집회와 시위를 막는 것은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살기 위해서 개악 집시법에 맞서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역시 2일부터 각 지역에서 있을 농민 집회는 신고하지 않고 실시해 개악된 집시법에 불복종하겠다고 밝혔다.
'불복종 운동'은 국가가 부정의한 제도나 정책을 강요할 때 양심에 따라 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의 참전을 거부한 미국 청년들이 징병법을 위반하기 위해 소집 영장을 불태운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8월 한총련 학생들이 한반도의 긴장을 부추기는 스트라이커부대의 훈련을 막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부대진입시위 벌이며 실정법을 어겼다.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하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각종 금지·제한을 따르지 않는 등 개악 집시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은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연석회의는 앞으로 개정 집시법에 대해서 법령공포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집회자유 침해사례를 수집할 감시단과 법률 지원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20일 개최될 대규모 반전집회에서는 개정 집시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주요도로 행진도 예정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진행된 민가협의 목요집회도 역시 미신고 집회였다.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은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이불 덮고 누워만 있으라는 위정자들의 처사에 분노를 느낀다"며 "국민의 소리를 차단하고 억압하는 법을 입법하는 국회의원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민가협 박성희 간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소수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꼭 필요한 기제"라며 집회·시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참여정부가 후퇴시킨 인권과 민주주의를 바로 잡기 위한 불복종 운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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