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태를 계기로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를 직접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가짜 민주주의'를 넘어서자는 목소리들이 결집되고 있다. 전국학생연대회의, 대항지구화행동, 인권운동사랑방 등 7개 인권·학생단체들은 25일 '국민발의권·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아래 네트워크)'를 결성하기로 하고, 이를 다른 사회단체들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전국학생연대회의 윤성은 활동가는 "현 국면을 탄핵자체에 대한 찬·반으로 협소하게 바라보고, 이 위기의 원인을 한·민·자 3당의 폭거로만 한정짓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국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정략적 계산에 따라서만 굴러가는 현 의회정치의 한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곧 광화문에 켜지는 수많은 촛불들은 노 대통령 탄핵 자체에 대한 분노의 불꽃이기보다는 정치적 권리를 빼앗겨왔던 분노와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의 불꽃이라는 것이다. 윤 활동가는 "우리의 구호가 '탄핵무효'에 갇혀있어선 안 된다"면서, "고삐 풀린 국회를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국민발의제와 국민소환제'에 대한 요구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소환제는 최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도 도입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두 당에서 말하는 국민소환제는 소환의 근거를 부패·비리 등 위법행위로만 한정짓고 있는 등 아래로부터 터져 나오는 국민소환제와는 사뭇 다르다. 이와 관련해 인권운동사랑방 배경내 활동가는 "소환의 대상을 부패·비리 공직자로 한정시킬 경우, 국민소환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부패해 있는 정당들이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며 "보다 중요한 것은 한·칠레 FTA나 이라크파병동의안처럼 국민의 요구에 반한 입법행위, 즉 '합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회의 폭거를 국민이 심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배 활동가는 "국민소환제가 국회에 대한 '사후적 통제'에 한정된 직접 민주주의의 조연이라면, 국민 스스로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민발의제야말로 진정한 주연"이고, "따라서 국민발의제 없는 국민소환제의 도입은 대의제의 한계를 제한적으로만 보완하는 것일 뿐, 여전히 국민을 정치의 주변에 머물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29일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발의제와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다양한 공동행동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펼칠 예정이다.
이미 '국민발의제,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100만인 서명은 온라인과 거리에서 진행중이다. 무엇보다 4·15 총선 투표에서 "국민발의권과 국민소환권을 요구한다"고 쓰인 용지를 투표함에 넣자는 행동 제안이 눈에 띈다. 용지는 사이트(www.democracy.or.kr)를 통해 내려 받을 수 있으며, 이 용지에는 발의돼야 할 법이나 소환돼야 할 의원 등 다양한 요구들을 직접 표현할 수 있다. 또 오는 7일에는 '이것이 민주주의다'라는 주제로 국민발의권과 소환권에 대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