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자유권위원회(인권이사회)는 그림 '모내기'의 작가 신학철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통보해왔다. 이로써 국제인권기준에 도 부합하지 않은 국가보안법의 반인권성이 다시금 확인됐다.
자유권위원회는 신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이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아래 자유권규약)' 제19조 2항 '표현의 자유'에 위반한다며 지난 10일 한국 정부에게 유죄판결의 무효화, 유죄판결에 대한 보상, 그림의 원상복구 및 반환 등 구제조치를 취하라고 밝혔다. 신 씨는 87년 그림 '모내기'로 국가보안법 7조(이적표현물 제작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99년 대법원은 "표현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라며 서울지법 본원 합의부로 환송해 같은 해 징역 10월형의 선고유예 및 그림의 몰수를 선고했다.
신 씨의 작품 '모내기'는 가로 130Cm, 세로 160Cm 크기의 유화이다. 대법원 판결문 묘사에 따르면 그림 하반부는 농부가 황소를 이용하여 써레질을 하면서 미·일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람보, 사무라이 등을 남해바다로 쓸어버리고 있으며, 상반부는 백두산이 그려져 있고 농민들이 무르익은 오곡과 풍년을 경축하며 둘러앉아 춤을 추며 노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대법원은 그림 상반부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광경을 그려 북한을 찬양했고, 하반부는 남한을 그린 것으로 통일을 저해하는 제국주의 등을 몰아내고 피지배계급이 혁명을 일으키자는 북한 공산집단의 주장에 동조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씨의 주장은 다르다. 신 씨는 "모내기하는 순서를 단계적으로 표현했다. 통일을 하기 위해 반통일 요소를 쓰레질하는 것을 아래에 그렸고, 가을이 되어 풍년을 맞이하는 풍경을 그림의 위에 배치했을 뿐"이라며 "통일의 염원을 그린 것인데, 검찰이 냉전적 시각으로 해석해 공안비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권위원회 권고에 대해 법무부 인권과 김현철 검사는 "현재 논의중이고, 두 군데 의견조회를 요청한 상태로 정해진 방침은 없다"며 "5월중으로 조치내용을 외교부를 통해 유엔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대리인 조용환 변호사는 "권고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절차에서 국내법과 충돌하는 등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정부가 해법을 찾아 권고를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씨는 권고에 대해 "고맙고, 기분이 좋다"면서도 "전례를 비춰볼 때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례로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자유권규약에 따른 개인 청원(통보)절차를 활용하여 표현의 자유 결정을 받아낸 사례는 1998년 박태훈 씨, 같은 해 김근태 씨 등 몇 차례 있어 왔다. 또한 자유권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때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및 개정 권고는 되풀이되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번번이 이를 무시했다.
자유권위원회는 의견서에서 한국정부에게 향후 유사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으나, 국가보안법이 존립하는 한 유사한 침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민변 김선수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권고의 의미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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