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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지문을 이용한 표적 수사

경찰, 포스터에 찍힌 지문과 학생운동 경력 연동시켜 혐의자 추적

경찰이 지문정보를 경력 등 개인정보와 연관시켜 표적수사를 진행한 것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배재대학교 졸업생 구제군(27) 씨는 4월 19일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출석을 요구하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충남지방경찰청 수사2계 류근실 경사는 전화를 통해 구 씨가 학내에 한나라당을 비방하는 선거법위반 포스터를 붙였고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 증거는 다름 아닌 포스터에서 채취한 '지문'이다. 구 씨는 "류 경사가 '전체 34개의 채취 지문 중에 당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출석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한 "출석하지 않으면 불합리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구 씨를 몰아 부쳤다. 경찰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출석요구에는 구 씨가 인문대 학생회장을 했던 경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전충남양심수후원회 길용수 사무차장은 "수많은 지문 중 유독 작년 인문대 학생회장을 지낸 구 씨의 이력을 조사해서 표적 수사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지문 중에 구 씨의 출석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류 경사는 "수사상의 비밀"이라고 답했으며, 포스터에서 몇 명의 지문이 채취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대답 못하겠다"고 말했다. 구 씨는 지난달 23일 경찰에 출석, 7시간 동안 조사 받은 후 귀가했다. 경찰은 26일에는 다른 지문 채취자 은용석 씨에 대해서 출석요구를 해 30일 조사를 진행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경찰이 지금까지 지문정보를 신원확인에만 이용하고 다른 정보와 연결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며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2명만 출석요구 한 것은 지문 정보를 가지고 출신 학교, 경력 등 특정한 개인정보와 연결시킨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민의 지문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인 자동지문신원확인시스템(AFIS)을 이용, 지문정보를 예비범죄자의 정보로 취급하여 검색에 이용했다. 윤 씨는 이어 "이처럼 추론된 정보를 통해서 표적 수사가 진행된다"며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사람에게 언제나 유사한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라며 우려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경찰의 이러한 행위는 법률의 근거조차도 없는 일이며, 무죄추정의 원칙·적법절차의 원칙·과잉침해금지의 원칙 등 헌법이 정하고 있는 인신자유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지문정보의 남용이 드러난 만큼 이런 식의 표적 수사에 대해 문제제기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