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평의 좁은 공간, 100여 미터의 높이, 여전히 새벽이면 찬바람이 관통하는 타워크레인에서 노동자들이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아래 타워노조) 소속 노동자 500여 명이 서울·경인 지역 100여 대의 타워크레인에서 지난 5일 새벽을 기해 고공농성에 돌입, 현재까지 경찰과 대치중이다.
타워노조는 '불법 파견 금지, 근로계약서 체결, 연·월차 수당, 퇴직금 지급, 임금 14.4% 인상'을 요구하며 4월 28일부터 합법적인 총파업을 벌여 왔다. 무엇보다 이들이 중요하게 내걸고 있는 요구는 불법적인 파견을 금지하기 위한 '위탁근로계약서의 해지'이다. 위탁근로계약서는 주로 원청회사와 하청회사인 크레인장비임대업체 사이에 맺는 계약서다. 크레인장비임대업체는 크레인장비를 임대해주는 업체이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자 고용을 '떠맡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위탁근로' 형태의 고용관계가 형성됐다.
타워노조 박종국 교육선전국장은 "이것이 바로 불법파견의 형태"라며 "레미콘이나 학습지 노동자처럼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 계약은 주로 구두로 하고 있다"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4대 보험, 퇴직금, 수당 등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은 레미콘이나 학습지 노동자들처럼 개별 노동자가 '소사장'이 되기도 한다.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은 기사에게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한 뒤 소사장인 된 기사가 다른 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관리 책임은 고스란히 타워기사들에게 넘어간다. 노조 조사에 의하면, 부산에는 50%이상, 전국적으로는 30%이상이 소사장에게 고용돼 있는데, 소사장에게 지급한 임금의 15-65%, 최고 180만원을 중간에서 임대업체가 착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고용관계는 명백한 불법이자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일요일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을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100미터 상공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월급은 120만원 정도고 이것도 일을 할 때 뿐. 공사가 끝나면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이들은 다시 '구직'에 나서야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타워노조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라 생명을 담보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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