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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365일 깨끗한 학교'에 가려진 노동자의 땀

고려대 학생·사회단체, 청소용역 노동자 고용불안·노동조건 개선 촉구

최근 고려대가 청소용역업체 선정을 계기로 노동형태를 시간제·교대제로 바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려고 시도하자, 고대 학생들과 사회단체들이 연대해 "대학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철폐하자"는 목소리를 모았다.<관련기사 2004년 6월 9일자 참조>

18일 고대 학생모임 '불철주야'와 '불안정노동과빈곤에저항하는공동행동' 등 노동·인권단체들은 고대본관 앞에서 학교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용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용역업체 책임으로 돌렸던 학교측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사회진보연대 이종훈 노동국장은 "애초에 정규직이었던 대학시설관리 노동자들이 IMF 이후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것은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대학 당국의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박현진 씨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임금과 노동강도 완화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인간의 권리"라며 "이를 달성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허울뿐인 용역업체가 아니라 '365일 깨끗한 학교'를 입찰조건으로 내세운 학교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고대 경영대 E반 반대표 홍명교 씨는 "가족이 있는 노동자가 한 달에 56만원으로 어떻게 사느냐?"며 "고대 어윤대 총장은 같은 나이 또래인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홍 씨는 어 총장이 경영대 교수임을 상기시키며 "자칭 CEO 총장답게 인간보다 이윤이 우선인가 보다"라고 비꼬았다.

집회를 마친 후 학생과 사회단체 대표 4명은 고대 본관에서 학교 측 관계자와 면담하고 교대제·시간제를 통한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강도 강화 시도 철회를 요구했다. 또 용역업체 선정 기준으로 △고용승계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임금 △청소인력 충원으로 노동자 1인당 청소구역 축소 △연월차·생리휴가와 여름·겨울방학 휴가 △학기별 1회 이상의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제시했다. 또한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근본원인이 '용역고용'이라고 지적하며 직접고용 계획 마련을 위해 학생·노동자·학교당국 대표로 구성된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한편 집회를 마치고 본관 안으로 진입한 학생과 사회단체 활동가 60여 명은 면담장소 밖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면담은 애초 요구했던 총장 대신 총무부장·총무과장과 이루어졌으며, 이들은 요구안에 대해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