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말 그대로 강재민 씨(삼성SDI)는 무법지대 '삼성공화국'과 싸우고 있다. 강 씨의 심정을 들어봤다.
◎ 어떤 일들을 겪었나?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어려운 일들이었다. 투쟁을 시작하자 회사가 시끄러워진 건 사실이지만 회사의 방식은 깡패와 다름없다. "칼침 맞고 싶냐", "목숨이 두 개냐"는 등 일상적으로 협박한다. 내가 울분을 못 참고 주먹다짐이라도 하게 되면 회사는 횡재하는 거다. 나를 폭력 행사로 해직시키고 고소하면 되고, (삼성은)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회사 입장에서는 (핸드폰 추적이라는 방식이) 얼마나 편한가. 삼성은 원래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한 사람에게 1∼3명의 사람을 붙여서 관리해 왔다. 그러나 핸드폰을 추적하면 사무실에서 여러 명을 관리할 수 있다. 또 (집회와 같은) 비상이 걸리면 덮쳐서 해산시키면 된다. 인사부장은 1년의 홍보비가 2백∼-3백 억씩인데 너 때문에 다 날라갔다고 한다. 이미지 관리에 그렇게 신경쓰면 (휴대폰 복제를) 안 했어야 하는 거다.
◎ 동기가 무엇인가?
이 싸움을 처음에는 삼성이 저지르는 문제들을 공론화 시켜서 그저 혼내준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 다녀와서 삼성에 입사했다. 그러나 이제 내 후배들이 정규직으로 들어올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 삼성에서는 온갖 구조조정이 자행되고 있고 이대로 2, 3년 진행된다면 삼성의 많은 자리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고졸이 입사한다는 건 더욱더 불가능하다.
◎ 앞으로 어떻게 되겠나?
삼성의 구조조정에는 인권이란 없다. 처음에는 회사가 어려우니 후배들을 위해서 나가 달라고 한다. 가족들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하면 그때부터 "너처럼 능력 없는 사람이 회사에 왜 있냐"는 식으로 인격적 모멸을 준다. 사실 지금 사측에서는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나와 관련된 일 때문에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착수하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생존권 문제가 터지면(구조조정이 시작되면)모두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 2668호
- 권율
- 200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