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익·곽재규 열사 추모 1주기사업 추진위원회/ 617쪽/ 2004년 10월
'노예가 품었던 인간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노예의 사슬을 끊어낸 노동자의 꿈과 삶이 한 권의 자료집으로 발간됐다.
자료집에는 '열심히 일만 해온 노동자를 나이가 많다고 쫓아낼 궁리만 하는 회사, 수억의 흑자가 나도 단 한푼의 임금도 올려줄 수 없다는 회사,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며 월급까지 가압류하는 회사'에 맞서 35미터 크레인에 올라가 129일 동안 외롭게 싸웠던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 있다. 또한 그를 통해 노동자로써 눈뜨고 싸움을 함께 이겨낸 노동자들의 뜨거운 연대가 녹아 있다.
2003년 10월 17일 아침 8시 김주익 씨가 주검으로 발견된 시점을 시작으로 한진중공업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기까지의 전 과정과 김주익·곽재규 열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노동자의 들불 같은 저항의 몸짓은 이 자료집을 통해 되살아난다. '현장의 힘' '가족대책위신문' '85호 크레인' 등 소식지, 각종 선전문, 추모사, 보도자료 등에서는 당시 싸움의 생생함이 전해오고, 민주노동당 인권위의 사건보고서 및 신문자료 등에서는 죽음을 통해서라도 고발하려했던 부당노동행위, 손배가압류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민주노동당 인권위는 김주익 씨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가압류와 손배소송,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자를 과도하게 착취하는 한진중공업의 경영방식 △가압류와 손배를 제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은 정부의 직무유기 △무책임한 대통령과 언론의 '노동귀족론' 등을 들고 있다. 결국 이 싸움은 7차 교섭까지 가서야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 노사간 임금인상, 회사의 공개사과, 해고자 복직, 민·형사상 책임 불문 등에 대해 잠정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일단락 된다.
김주익 곽재규 씨는 죽었으나 마치 산 자처럼 남겨진 자에게 투쟁을 재촉하고 독려한다. 노예의 사슬밖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노동자에게 싸움만이 '희망'임을 호소하고 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