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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쟁과 여성에 관한 진실

"그때 나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난민캠프에서 도망치고 있었지요. 세 명의 정부군이 나를 붙잡고는 강간했습니다. 그들은 나를 때렸고, 아기는 뱃속에서 죽었습니다" 라이베리아 보미카운티 출신 여성의 증언을 통해서 전쟁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났다. 국제 앰네스티는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1여 년의 기간 동안 수천 명의 여성들이 강간이나 다른 형태의 성폭력을 당했다"며 "이러한 성폭력 사건은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전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1821년 건국 이후부터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다가 지난해 9월에야 치열했던 정부군과 반군간의 내전이 끝났다. 인구 280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 14년 동안 약 30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무려 100만 명이 피난민이 되었다. 내전은 모든 사람들을 피폐하게 했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가혹한 피해를 입혔다.

국제 앰네스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라이베리아: 인권침해이자 전쟁범죄인 강간에 대한 면책은 없다」에는 라이베리아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성폭력에 대한 비참한 증언들이 소개되고 있다. 전쟁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들고,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한다. 또한 집단 강간과 임산부·아동 강간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성폭력은 전투 중에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간에 모든 정당의 군인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즉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적'과 '나'를 구분하지 않고, 광범위하고 구조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는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라이베리아 재건에 있어 모든 노력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그 한 방법으로 "라이베리아 내전 중에 일어난 성폭력의 책임자는 반드시 정의에 의해 심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 중 여성에게 자행되는 성폭력은 전쟁이 가지는 구조적인 속성이다. 유니세프 캐롤 벨라미 집행위원장은 "전쟁은 언제나 여성들에게 잔인한 것이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더욱더 가혹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라크 여성포로들에 대한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의 끔찍한 성폭력과 이라크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수많은 증언들은 전쟁의 반인권성과 국제법 위반의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에서도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기소인들이 여성에 대한 전쟁의 반인륜성을 고발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총회 선언에서 "전쟁은 여성에게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폭력을 가할 뿐만 아니라, 적을 상징적으로 여성화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재생산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며 지난 11일 부시·블레어·노무현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로 '유죄'를 선고한 전범민중재판 여성기소인 중 4명은 16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정부의 이라크 파병연장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파병연장은 전쟁범죄의 연장', '전범 노무현 심판'이라고 적힌 대형 플랜카드를 펴들고 시위를 하던 이들은 20여분만에 경찰에 의해 제지돼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다.

앞으로 여성기소인들은 이라크 전쟁이 벌어진 지 2년이 되는 2005년 3월 20일에 맞춰 토론회를 여는 등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의 실상을 지속적으로 알려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