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주검 밟고 날아오르는 그들

유서대필 조작사건 관련 검사들, 승진가도

지난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당시 조작사건에 관련됐던 검사들이 검사장급으로 승진 발령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검찰이 정기인사를 통해 신상규 안산지청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안종택 부천지청장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승진시킨 것.

신 검사는 91년 사건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수석검사로 조작사건의 총지휘자인 강신욱 서울지검 강력부장(현 대법관) 밑에서 사건의 실무 총지휘를 맡았다. 그는 참고인으로 조사한 전민련 사회부장 임무영에 대한 구타와 피의자 강기훈에 대한 잠안재우기 고문, 그외 참고인에 대한 강압수사 협박 등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검사는 당시 서울지검 공안2부 검사로 조작사건의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강기훈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그는 공산주의자 10대 강령을 들먹이며 "운동권은 살부회 같은 조직도 있는 순번 정해서 서로 죽게 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공판 등에서 끊임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바 있다.

이번 검찰인사에 대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7일 성명을 내고 "대표적인 '반인권·반인륜적 국가범죄행위'의 대명사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관련 검사를 문책 조치해야 마땅할 현 시점에서 오히려 검사장급으로 승진하였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또 하나의 죄악"이라고 비판하며 승진조치의 즉각철회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법무부는 양심적 인사가 참여하고 실제적인 조사권한을 갖는 과거사 청산기구를 구성하고 그동안 검찰에 의하여 저질러졌던 조작의혹사건의 진상을 스스로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은 '인권존중의 선진검찰'을 복무지침으로 하면서 인권검찰이 되겠다고 나섰다"고 지적하며 "엉터리 감정 결과와 증거 은폐로 조작되었으며 수사과정에서 고문까지 자행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건의 담당 검사들이 진상규명 없이 승진대상이 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