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는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가 마련한 국제포럼이 열렸다. '아시아지역 성매매 현실과 비디오 액티비즘'을 주제로 한국, 대만, 인도 3개국의 현장활동가와 이론가, 비디오 액티비스트들이 참여한 이날 포럼은 아시아 각국의 성매매 현실에 대한 이해와 공유의 장을 넓히고, 여성주의적 다큐 제작의 쟁점과 문제점에 대한 고민과 반성의 소회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큐멘터리가 '관점'을 가진다는 것, 그것은 카메라 너머 대상의 '진정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까. "처음 카메라를 들었을 때, 전 분명 그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런 목소리를 담는 것은 쉽지 않았죠…나중에 그런 관점에 위배된 장면은 결국 잘라버렸습니다"(여성다큐 '고함' 대표, 이옥선 씨) "그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보다는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에 대해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보고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모범답안을 끌어내려는 질문이었던 거죠"(<마마상>, 김일란 감독) 여성주의적 다큐를 지향했던 자신의 카메라가 어떻게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화했는지, 어떻게 그들의 삶을 '성매매 여성'의 그것으로 도식화했는지를 혼란스럽게 자문하는 감독들의 성찰적 목소리, 거기에는 주체가 되지 못한 '대상'으로서의 성매매 여성과 그들에게 또 다른 권력으로 작용한 카메라에 대한 반성과 고뇌가 깊이 배어 있었다.
"성노동을 둘러싼 여성주의 논쟁은 성노동과는 가장 거리가 먼 집회와 세미나에서 만들어진다"라고 꼬집은 영화 <밤의 요정들의 이야기>의 쇼히니 고쉬 감독의 문제제기는 "성매매 여성들과 여성주의자 간의 '적대 전선'이라는 간과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비극적 상황에 직면"(원미혜)해버린 작금의 여성운동 진영에 지속적인 고민을 안겨다주기에 충분했다. 성매매 근절을 둘러싼 현 한국사회 여성주의자들의 논의 또한 다큐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맥을 같이 했다. "이론적 관점과 이상이 성산업에서 여성들의 현실을 변화시키기에 얼마나 미흡"했는지, 그러한 "당위적 명제가 다른 맥락에 있는 여성들의 경험을 배제"한 것은 아닌지, 여성 안의 또 다른 '여성'의 현실을 "'중산층 지식인 계급' 여성의 눈으로 대상화"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성매매' 여성의 '성노동'자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진 논의 속에는 성매매방지특별법 6개월을 거쳐온 한국사회의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다양한 입장이 견지되었지만 참가자들은 "원칙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성매매 근절론"은 결코 한국사회의 성매매 여성이 처한 다양한 조건을 돌보지 못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 한 듯하다. 특히, 대만 성노동자 후원자조합(COSWAS) 활동가가 강력하게 주장한 '성매매'의 '성노동'화 논의를 두고 원론적인 비난보다 진지한 비판적 접근이 이어졌던 것은 (다소 위험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장 여성들의 목소리에 좀더 절실하게 천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성매매 근절과 '성노동'화 반대의 논리 속에 성매매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회적 낙인과 범죄적 관점을 스스로 주입하지는 않았는가, 카메라 너머의 그녀가 '대상'이 아닌 진정 '주체'로 이야기할 수 있는 현실을 위해 어떤 여성주의적 접근과 말 걸기를 해왔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