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아래 과거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6일 여야 국회의원 113명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해 사건 해결에 탄력이 붙게됐다.
지난 3일 제정된 과거사법은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과 그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을 진실규명 대상으로 규정했으나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제외"하도록 해 지난 92년 강기훈 씨가 징역 3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이 사건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다만 과거사위의 의결로 "재심사유에 해당하여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이나 형사소송법의 재심사유가 △확정판결에 의해 기존 증거가 위·변조된 것이 증명된 때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 과거사위가 이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삼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원들은 "(유서대필 조작으로) 김기설의 분신은 숭고한 의미를 빼앗겼고,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던 강기훈이라는 청년에게는 죽어가는 동료의 유서를 대신 써준 반인륜의 천형과 패륜아로서의 굴레만이 남게 되었"다며 "우리의 이성과 양심은 참으로 오랜 동안 어둠의 동굴에 갇히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또 "아직도 그 당시 사건에 관여했던 인사들은 검찰 등 권력기관의 주요직책에 있지만, 지금까지 반인륜적, 반인권적 유서대필 사건의 진상은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법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던 그 모든 일들이 결코 다 정당한 것만은 아니었던 부끄러운 과거를 이제는 청산"하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과거사법 진상규명 대상에 이 사건을 반드시 포함하고 △사건의 가장 큰 당사자인 검찰이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을 전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서명에는 사건 당시 전민련 정책실 부장으로 사회국 부장 김기설 열사와 함께 일했던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을 포함해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113명이 참여했다.
한편 8일 김기설 열사 14주기를 맞아 12시 마석 민주열사 묘역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서울지역 참가자들은 10시 청량리역에 모여 단체버스로 출발할 예정이다. 추모제에서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민주화운동 원로, 종교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등 각계인사의 공동선언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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