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은 지난 9일 국회 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국보법 1차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청문관으로 참가한 최재천 의원(열린우리당)은 “국보법은 기본적 인권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국보법을 국회에 상정하는 것만으로 생색을 내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청문회에서는 신학철 화가의 작품 <모내기>와 장상환 경상대 교수의 <한국사회의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1987년에 제작된 <모내기>는 당시 공안기관에 의해 ‘김일성 생가를 그리고 북한의 폭력혁명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그림을 그린 신학철 화가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1989년 11월에 구속됐다. 하지만 1990년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부터 이 그림에 대한 감정을 촉탁받아 감정서를 제출한 바 있는 성완경 인하대 교수는 당시 검찰 측에 유리한 증거로 이용된 다른 감정인의 작품 해석에 대해 “공안적 상상력에 의해 충격적일 정도로 자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 교수는 당시 재판을 회고하며, “‘<모내기>가 왜 이적표현물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 감정인은 ‘북한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면 좋아할 것’이라는 황당한 대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이 정권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적’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당시 검찰 측 감정인은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후에 남파간첩인 것으로 드러났던 홍종수 씨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학 교재로 쓰이던 <한국사회의 이해>를 집필한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1994년 11월 30일 기소된 후 바로 직위해제됐다 이듬해 1월초에 복직됐다. 국보법 앞에서는 재판상의 기본적 인권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심지어 당시 검찰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까지 증인으로 심문하고 시험문제까지 국보법 위반으로 문제삼기도 했다. 장 교수를 비롯해 9명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한국사회의 이해>는 당시 대학 교양과목 교재로 이용되고 있었지만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대학 당국은 해당 강좌를 폐강시켰다. 또 국보법 위반을 둘러싼 억압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장 교수는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저자들이 스스로 위축돼 책의 개정판조차 낼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국보법이 아직도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내적 검열 장치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청문관으로 참여한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서 국보법이 죽은 법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올해에는 국보법이 완전히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하위법인 국보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이 기막힌 역설은 독재정권이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것만큼이나 모순적이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청문회는 ‘국가보안법과 조작사건’을 주제로 다음 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청문회 대상 사건 개요
◇<모내기> 사건
1989년 8월 17일 서울시경 대공과는 그림 <모내기>가 김일성 생가를 그리고 북한의 폭력혁명에 동조했다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화가 신학철 씨를 구속했다. 이후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으나 1998년 3월 13일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징역 10월, 그림 몰수 등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2004년 3월 16일 유엔인권이사회는 “<모내기>에 대한 유죄판결은 B규약 19조 위반”이라고 결정하며 유죄판결의 무효화, 소송비용 보상, 작품 반환 등을 권고했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1994년 7월 8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조문논쟁’과 서강대 박홍 전총장의 ‘주사파 발언’을 계기로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같은 해 11월 30일 창원지검은 <한국사회의 이해> 공동저자인 장상환, 정진상 교수 등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후 2005년 3월 11일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확정판결이 났다.
1989년 8월 17일 서울시경 대공과는 그림 <모내기>가 김일성 생가를 그리고 북한의 폭력혁명에 동조했다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화가 신학철 씨를 구속했다. 이후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으나 1998년 3월 13일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징역 10월, 그림 몰수 등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2004년 3월 16일 유엔인권이사회는 “<모내기>에 대한 유죄판결은 B규약 19조 위반”이라고 결정하며 유죄판결의 무효화, 소송비용 보상, 작품 반환 등을 권고했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1994년 7월 8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조문논쟁’과 서강대 박홍 전총장의 ‘주사파 발언’을 계기로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같은 해 11월 30일 창원지검은 <한국사회의 이해> 공동저자인 장상환, 정진상 교수 등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후 2005년 3월 11일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확정판결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