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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폭력에 부상당한 농민, 뇌출혈로 사망

사회단체, 범대위 구성…진상조사·추모 촛불집회 계획

15일 농민대회에서 자행된 경찰폭력으로 부상을 입고 귀가했던 전용철 충남 보령농민회 주교면지회장이 2차례의 뇌수술에도 불구하고 24일 사망해 쌀협상 비준안 통과로 불타는 농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고 전용철 씨의 빈소

▲ 고 전용철 씨의 빈소



25일 오후 4시 전국민중연대·인권단체연석회의 등 59개 사회단체는 대책회의를 갖고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대책회의를 마친 범대위는 오후 6시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분향실 4호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개방 국회비준의 무효를 선언했다. 또 △농정책임자의 처벌 △노무현 대통령 사과 △사건의 진상규명과 경찰청장·행자부장관 파면 △진압 책임자 처벌과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해체 등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법조계·의료계·시민단체·정당·민중단체·인권단체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정부에 대해 합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하기로 했다. 또 이날 저녁 6시 장례식장 앞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26일 전국동시다발 추모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저녁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추모촛불집회가 열린다. 다음달 1일 전국농민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이어 4일에는 민중대회가 열린다. 범대위는 △국가인권위 진정 등 법적 대응 △온라인에서의 추모촛불집회와 추모리본달기 △경찰청앞 규탄집회 △비상시국대회 등을 열 예정이다.

25일 빈소 근처에서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25일 빈소 근처에서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보령농민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석한 전 지회장은 같은날 오후 4시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기동대 전경이 방패와 곤봉을 들고 집회대오를 침탈할 때 경찰에 의해 부상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윤철중 성주면지회장이 방패에 찍혀 머리와 눈에 타박상을 입었고 윤 지회장과 같이 있던 전 지회장은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과 떨어지게 됐다. 수 차례 경찰의 침탈이 계속된 후 어두워지자 보령 농민들은 서로 연락을 취해 귀가버스에 승차했지만 전 지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30분넘게 찾아나선 농민들은 도로변 난간을 붙들고 있는 전 지회장을 발견했다.

당시 전 씨는 △후두부에 빨갛게 타박상을 입었고 △눈 부위에 타박상을 입었으며 △옷이 찢겨져 있었다. 전 씨는 빨리 집에 가고싶다며 말을 횡설수설했고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맨 앞 의자에 누웠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들렀는데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속 앉아만 있었고 버스로 갈 때도 한 차례 주저앉기도 했다는 것이 주위의 증언이다.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전용철 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전용철 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다음날인 16일 전 씨는 주교면 청년회관에서 농민회원이 주문한 밥을 먹다가 구토했고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시 전 씨와 함께 있었던 이병훈 주교면지회 총무는 "고인이 어눌한 말투로 '경찰에게 머리를 맞으니까 불이 번쩍번쩍 나더라'면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7일 오후 5시경 다시 청년회관을 찾아간 농민회 회원들은 전 씨가 잘 앉지도 못하고 몸이 자꾸 왼쪽으로 기울고 누운채로 소변을 보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자 급히 보령병원으로 이송했다. CT촬영 결과 뇌출혈로 판명된 전 씨는 급히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충남대병원 진단결과 전 씨는 뇌출혈과 함께 △왼팔 상박부에 큰 타박상을 입었고 △오른쪽 눈 부위에 심한 멍이 있었으며 △오른쪽 가슴 부위에 동그란 멍이 있었다. 곧바로 뇌수술을 받은 전 씨는 23일 자정무렵 갑자기 동공이 풀리는 등 상태가 악화되어 재수술에 들어갔으나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치의 판단으로 호흡기를 장착한 채 보령으로 이송되던 중 24일 새벽 6시30분경 운명했다. 24일 6시 45분부터 2시간35분동안 실시된 부검 결과 사인은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한 두부 골절'로 추정됐다.

진압시작 후 20∼30분 후 현장에서 전 지회장을 만난 호서대 학생 임나영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평소 농활 등으로 아는 분이어서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고인은 '경찰한테 맞았더니 뻐근하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1962년 주교리에서 태어난 전 씨는 79년 철도청에 입사하는 등 직장생활을 하다 89년 고향으로 귀농해 버섯농사를 지어왔다. 2002년 농민회 활동을 시작한 전 씨는 지난해 2월부터 보령농민회 주교면지회장을 맡았다. 고인과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김영석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청년회에서 궂은 일이 있으면 자진해서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각별한 사람이었다"며 "욕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순박한 사람이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