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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외국인보호소 실태 드러나다

인권위 용역 실태조사 결과 발표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체류기한을 넘겨 체류한 외국인을 감금하는 외국인보호소의 실태가 드러났다. 외국인보호소의 상황은 2003∼2004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서 외국인보호소와 수용자를 조사하기는 했지만 일부에 국한되고 설문대상자도 적어 외국인보호의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북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난 25일 발표한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에는 지난해 7월 7일부터 8월 5일까지 화성외국인보호소·청주외국인보호소와 전국 16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해 보호시설을 점검하고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보호외국인 7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7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고, 출입국관리 공무원 184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연구팀에는 설동훈 교수(전북대 사회학)가 책임자로 황필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고현웅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서울사무소장, 양혜우 이주노동자인권연대 대표 등이 참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보호소·외국인보호실의 피보호 외국인들은 1인당 평균 1.84평의 공간에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체로 각 보호소 및 보호실의 수용정원 이내의 인원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교정기관과는 달리 하루 24시간을 거실 내에서만 생활해야 하는…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충분한 공간이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용된 거실에 대한 불만사항으로는 △실내의 '공기가 너무 나쁘다'(50.5%) △단 한 벌만의 제복을 대여하고 있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새로운 보호복으로 교체해 주지 않아 더러워져도 갈아입을 수 없다(66.5%) △처음 제복을 지급 받을 당시부터 너무 더러워서 입기 어려웠다(25.9%) △이불 및 베개가 너무 더럽다(40.4%) 등이 제기됐다. 또 보호시설 중 3곳에는 샤워시설이 없고 6곳은 세탁기가 없다. 샤워실 및 화장실과 방 사이의 차폐시설이 너무 낮거나 제대로 문이 닫히지 않아 악취가 그대로 잠자리에까지 전달되게 되고, 샤워 시에는 물이 방으로 튀는 경우도 있었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가 화장실 또는 샤워실로 향해 있는 경우 수치심 및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보호시설 안에서 의료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40.5%였다. 진료를 받았지만 제때 받지 못해 빨리 낫지 않았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51.3%였으며 의사가 진료를 잘못해 질병이 더 나빠졌다고 대답한 경우도 15.9%에 달하는 등 상당수가 구금 이전에 비해 건강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음식에 대해서는 △맛이 없다(30.7%) △양이 너무 적다(26.6%) △한국음식만 준다(21.3%)고 지적됐다. 출신국의 음식습관을 고려해 특정 종교에서 금기시하는 음식을 대체해서 제공하는 보호기관은 조사대상의 64.7%에 불과했다. 행형법시행령이나 유엔 피구금자처우최저기준규칙은 매일 운동시간을 허용하도록 하지만,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54.0%, 일주일에 1∼2회 정도 허용된 경우가 27.7%에 달했다. 또 45.5%가 종교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신체검사의 경우 규정에 따라 탈의실 안에서 혼자 몸 검사를 받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5.5%에 지나지 않았고 규정에도 없는 알몸 검사를 받은 경우가 34.1%에 달했다. 심지어 몸 검사하는 동안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성적으로 놀리거나 모욕감을 주었다고 대답한 경우도 5.2%에 달했다. 여성 가운데 18.3%가 남성 공무원에 의해 몸 검사를 받았다고 대답했다.

면회의 경우 44.2%가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경험자 가운데 45.6%는 5∼10분 정도 허용되었다고 답했고 5분 이하인 경우도 12.8%였다. 10∼30분 정도는 35.5%였다. 연구팀은 "일반면회 또는 특별면회의 제한은 강제퇴거(심사)를 위한 신병 확보라는 보호목적에도 어긋나며…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통역시간을 고려해 면회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영사와의 교통권은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화나 편지를 할 권리나 면회할 권리 등에 대해 각각 응답자의 69.7%와 52.9%만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변호사나 자국 영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19.8%) △구금된 사실에 대해 이의신청할 권리(17.6%)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할 권리(17.0%) 등에 대해서는 소수만이 그 권리를 고지 받았다고 대답했다. 전화는 대부분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는 반면 편지는 검열되거나 불가능했다. 외국인 남성의 10.0%가 서신 검열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집필 자체가 불가능해 서신 왕래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보호실에 여성 공무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아 여성 보호외국인들이 겪는 모욕감도 문제로 제기됐다. 또 미등록 외국인이 갑작스레 강제 연행되어 가족 및 자녀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외국인보호는 형사처벌 아니다"

조사대상자의 68.1%는 시설 안에서 수갑을 착용한 경험이 있었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포승(10명) △가죽재갈(3명) △족쇄(3명) 착용 경험자도 발견됐다. 조사대상자의 4.8%인 30명이 격리수용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격리 수용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징벌의 일종으로 비인간적인 처우인 바 외국인보호의 취지 상 폐지되어야 한다"며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엄격한 요건 하에서 보호외국인의 보호 중 기본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입국관리공무원으로부터 억울하게 봉변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70.6%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19.9%) △구타나 폭행(5.1%) △텔레비전 시청 금지(41.9%) △눕지 말라는 명령(29.9%) △다른 외국인과 대화 금지(26.5%) △집필금지(24.8%) 등을 당했다고 답했다. 한편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뇌물이나 돈을 주거나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13명(2.0%) 발견됐다.

연구팀은 "외국인보호는 강제퇴거의 심사나 강제퇴거의 집행을 위한 신병 확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주거 혹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그쳐야 하며, 형사처벌이 아니므로 징벌이나 교정교화의 목적을 위한 기본권의 제한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징벌적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됨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무제한 억류 가능

한편 출국비용 등의 문제로 '송환할 수 없는 때'에는 사실상 무제한 억류할 수 있는 보호기간의 문제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인신구속의 성격이 강한 보호처분을 사법당국의 판결에 의하지 않고 무제한 허용하는 것은 사전영장주의의 근본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송환할 수 없는 때'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보호일시해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정 기간을 넘어서는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또 보호사실을 가족·친구·변호사 등에게 통지하는 것은 출입국관리 공무원의 의무임에도 공무원의 38.8%만이 보호사실을 '대부분 통지한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본인의 요청이 없어서' 통지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경우도 27.3%나 되었다.

보호에 대한 이의제기도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 가까이인 48.5%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어 이의신청을 못했다고 답했다. 이의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제지로 못하게 된 경우도 11.0%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산재환자들은 보호일시해제의 대상이 되지만 보증금으로 과도한 금액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증금 액수가 일관성 있게 산정되지 않아 같은 상황에 있는데도 보증금을 면제받고 보호일시해제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천만원의 보증금을 내지 못해 장기 구금되어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의신청절차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에 근거해야"

단속 과정에서 출입국 직원의 강제력 사용 실태도 드러났다. 응답자 가운데 수갑 등 경찰장구의 사용빈도가 79.7%로 나타나 빈번하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 구타를 당한 사람이 20.8%, 폭언과 욕설을 들은 사람이 39.6%로 나타났다. 15.0%는 단속 및 강제연행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한편 29.6%는 저녁 혹은 밤 시간에 강제 연행되었고, 특히 9.0%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강제 연행되었다. 연구팀은 출입국 직원들이 각 출입국관리사무소별로 단속 건수 할당량을 부여받기 때문에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밤늦게까지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출입국 직원이 제3자의 주거·건조물에 진입할 경우 일본 출입국관리및난민인정법의 제31조처럼 판사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해 불법 단속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내국인의 체포 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미란다원칙이 외국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외국인 차별"이라며 형사소송법 조항을 준용해 단속 시 권리를 고지할 것을 주문했다.


"법원에 의한 보호적부심사제도 필요하다"

행정기관에 의해 이뤄지는 보호소 억류 과정에 법원의 심사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체포·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형사소송법의 적부심제도를 통해 인신구금의 적법성·정당성을 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보호소에 갇힌 외국인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을 뿐이고 이의신청이 기각된 경우 그 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만 가능하다. 연구팀은 "행정기관에 의하여 시설에 구금되어 있는 자에 대해서는…구제절차를 두지 아니하여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신보호법에 의해서건 대법원규칙에 의해서건 법원에 의한 적부심사절차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수용의 대안 마련해야"

강제퇴거 심사를 위한 절차에 '강제수용'이라는 가장 과도한 신체의 자유 침해 절차가 수반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02년 이주민인권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각국 정부에게 모든 형태의 행정적 억류를 전향적으로 폐지시킬 가능성을 고려하고 이것이 당장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주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조치들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팀은 "수용의 형식이 아니라 신체 또는 주거의 자유를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도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며 추후 연구과제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