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장바구니를 든 한 여인이 FTA 이후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며 바들바들 떨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안전한 식량과 건강 따위는 염두에도 없는 FTA의 부당함에 공감을 얻으려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유인물이, 불편하다. 식탁에 올려질 음식을 걱정하는 것은 여성의 몫인가. FTA에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여성은 ‘물건을 사는 주부’로서 위치 지워져 버리는 그것이, 여성의 손에 너무 쉽게 장바구니를 들리는 그 모습이 불편하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FTA보다 넘기 힘든 벽일까.
이런 성 역할, 성 정체성의 강요는 이미 교과서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되었다. 이제 교과서에는 인형을 든 여자아이, 공놀이를 하는 남자아이의 모습은 사라졌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는 여전히 위의 사진과 같다. “경제성장을 위한” 근로자의 노력은 ‘아저씨’들의 힘, 가정의 노력은 ‘아줌마’들의 절약?
노동현장 한가운데에는 남성이, 가정의 한가운데에는 여성이 놓여 있나니…넘기엔…허물기엔…성역할의 벽이 너무나 높고 단단하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관련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109주년 노동절 기념 노동자대회 포스터. 벌써 8년 전 일인데, 여전한 우리의 불편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