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
왜 한숨이냐구요? 탈레반이 붙들어간 사람들을 놓아주겠다니 왜 안도의 한숨이 안 나오겠어요. 이르면 오늘 안으로 몇 사람들이 풀려난다니 지난 한달 이상 간이 콩알 만해졌던 걸 빨리 제 크기로 돌려놓아야겠어요. 정부에게 긴말 하지 않겠어요. 미국의 전쟁 놀음에 더 이상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미국이 정말 도와줘야 할 땐 강 건너 불구경이잖아요. 우리 엄마가 이 말을 자주해요.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통 지고 따라갈래?” 낄 때 껴야죠(물론 엄마는 돈이 없을 때 그런 말 하지만……). 괜한 목숨 2명이나 죽이고! 아프간뿐 아니라 이라크, 레바논에 있는 군인들도 빨리 철수해요. 거긴 뭐 무장세력 없는 줄 아나? 자기 몸도 폭탄으로 만드는 절박한 사람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누가 알아요!

“본인분담금 만큼만 아프셔?”

오늘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요.
보건복지부가 차상위계층 의료급여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으로 전환한다고 해요. 우리집이 바로 차상위계층이에요. 엄마가 뉴스를 보고 “나도, 제제도 내년부터 병원가기 힘들겠다”라며 암담해 했어요. 엄마는 방직공장에 다니는데 실타래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쳐서 평생 압박붕대를 감고 사셔야 한대요. 난 자주 그러지는 않지만 장난치다가 다칠 때도 있고, 가끔은 진짜로 아플 때도 있단 말이에요. 우리 엄만 죽도록 일만하다 병원 문 앞에서 죽겠어요!

본인부담금을 국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의료급여 본인부담금처럼 국가에서 지급하는 돈의 범위 안에서만 아프라는 말인데, 그게 어디 가능한 얘긴가요? 게다가 크리스마스에도 샐러드 밖에 못 먹는 살림에 그 돈이 치료비로 쓰일까요?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신규 보건복지 분야의 재정투입을 위해 기획예산처에서 국가재원 구조조정 차원에서 제안한 거래요. 고약한 잔디라 누나가 파이가 부족하다고 내 파이를 덜어서 글로리아 누나를 줬다고 쳐봐요. 배고픈 내가 똑같이 허기진 글로리아 누나 걸 다시 빼앗아 와야 하나요? 세르지뉴라는 부자집 아이가 있어요. 걘 먹을 게 넘 많아서, 그 비싼 호두파이를 버리기도 해요. 그걸 가져오면 해결될 일을. 보건복지부 꼰대들은 가난한 사람들 위한 정책이 뭔지 모르나 봐요. 에이 거기다 그냥 확 뱀을 풀어버릴까 보다! 걱정 마세요~ 스타킹뱀이에요. 낄낄. 그 꼰대들 그거 잡아다 뱀탕 해먹는다고 할라!

46만3천47원. 혼자 사는 언니들, 내년부터 이 돈으로 한 달 살랍니다. 보건복지부가 22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한 최저생계비라고 발표한 액수에요. 1인 가구가 그렇구요. 2인 가구 78만4천319원, 3인 가구 102만6천603원, 4인 가구 126만5천848입니다. 있는 집 애들 한 달 용돈도 안 되는 돈을 최저생계비라고 정했답니다.

빈곤운동 하는 언니들이 분석해 보니까 노동자 평균 소득 대비 최저생계비 비율이 99년 38.2%에서 2007년 31.1%로 계속 하락했구요, 2008년엔 30.8% 밖에 안 된다는 군요. 남한의 가난한 사람들이 무려 7백만이고 그 중 1/5이 국가가 생계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라는데 그 사람들이 이 돈으로 살아야 한대요. 이걸 다 현금으로 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는 돈이에요. 사람답게 살려면 한 달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계산이나 제대로 해 본 건가요?



핸드폰이 최저생계에 필요하냐, 아니냐 그렇게 치사하게만 따지니 그렇죠.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물품,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는 물품도 아니면서 국가는 왜 핸드폰 회사에 보조금을 쏟아 붓는 건가요? 내 얘긴 핸드폰이 꼭 들어가야 된다는 주장이 아니에요.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누리는 삶의 질을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들도 누릴 수 있게 해줘요. 가난은 결핍 때문에 나쁜 것이기도 하지만 그 결핍이 낳는 수치 때문에도 나빠요. 난 신발을 아끼려고 학교 앞까지 맨발로 걸어가요. 학교 근처에서부터 신발을 신지요. 나한테 필요한 만큼의 신발이 없기 때문에 발은 늘 부르트고 다쳐요. 그리고 다친 발만큼 마음도 부르트고 상처가 나요. 보건복지부 꼰대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노동자대투쟁의 도화선 ‘여성노동자동맹투쟁’

여성노동자들이 뭉쳤어요. 지난 24일 구로동에 있는 기륭전자 앞에서 이랜드-뉴코아와 KTX 여성노동자들이 펄펄 끊는 뙤약볕 아래 모여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연대 투쟁을 하자고 목소리를 드높였어요. 와~ 정말 소름이 쫙 돋을 만큼 짜릿한 일 아닌가요! 언니들이 그러는데 올해가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이 되는 해라네요. 87년 노동자대투쟁의 도화선이 바로 85년의 구로동맹파업이었다구. 동일, YH, 원풍 등 전두환이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그때 여성노동자들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요? 그 투쟁 정신을 이어 차별과 억압을 이겨내자는 거예요. 역사는 이렇게 살아 있을 때 정말 재미있어요.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때보다 달라진 게 없대요. 구제금융 때 정리해고 1순위로 밀려났다가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어보라고 자본은 다시 이 여성들을 불러냈죠.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게다가 단기계약, 파견, 도급, 외주, 분리직군, 무기계약……. 똑같은 노동자를 수십 가지 분류로 제멋대로 쓰고 자르는 게 노동자들의 현실이고 특히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더욱더 가혹하지요. 이번엔 4개 회사 언니들이 모였지만 이제 갈수록 불어날 거예요. 오늘도 송파구청, 성신여고, 보라매서울대병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어요. 국가나 자본권력은 가방 끈이 긴 사람들이 많을 테니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겁니다. 프랑스대혁명, 파리코뮌 등 최후의 생계수단까지 빼앗기고 짓밟힌 사람들이 어디로 몰려가는지. 그리고 그 맨 앞에 여성이 있었다는 것! 이랜드-뉴코아 투쟁도 끝난 게 아닙니다. 추석이 유통회사 최대 매출인데 최대타격을 가하겠다고 합니다. 100만명 불매운동 서명, 추석까지 매장 봉쇄투쟁을 벌이구요, 노동자들에게 최소생계비라도 지원할 수 있는 기금 16억원을 만들어보자구 하네요. 이제 불볕더위도 고개를 숙였으니 또 한판 붙어봅시다.

쫓기고 있는 노예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미등록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하고 있는데 한 마디로 인간사냥이지요.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에도 못나오고 숨어서 한국말만 들려도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성수동에서 심하대요. 성수동의 어느 공장은 직원 8명 모두 이주노동자인데 그중 4명이 미등록 신분이래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들이 닥쳐 아수라장을 만들고 1명을 잡아갔대요. 3명은 도망가구요. 공장도 멈췄구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요? 고용허가제에 대해선 말들이 많은데 이 방면에 운동하는 언니들은 인권보호는커녕 노예노동을 강요한다고 해요. 사업장이동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이 부당노동행위가 있어도 죽어라 일만하게 만드는, 그러다 정말 죽는 사람들도 많구요. 인간사냥을 당장 멈추고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비자를 허용하지 않는 한 야만의 죽음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음흉한 장삿속 ‘경제협력’

예정대로 했다면 지금쯤 2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서 그 결과가 온통 세상을 도배했을 텐데 말이죠. 북한의 수해가 정말 심각한가 봐요. 왜 하늘은 자꾸 깐 데 또 까죠? 가뜩이나 가난한 인민들 이번에도 대단한 홍역을 치르겠네요. 재앙에 가장 쉽게 무너지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잖아요. 나 같은 아이들이 특히 그렇구요. 북한이 물로 싹쓸이 된 걸 보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원은 정말 필요해요. 근데 제발 지원만 했으면 좋겠어요. 대가 없는 원조가 없어요. 나 같은 어린애들에게 중고 장난감을 주는 사람들도 노래 불러봐라, 예쁘게 웃어봐라, 사진 같이 찍자, 뭐 하다못해 이렇게 귀찮게 굴기도 하잖아요. 북한이 이번 수해 뒤로 어떻게 변할 지 걱정스러워요.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경제회담으로 만들겠다며 남북 간 경협과 자유무역협정을 얘기하고 있지요. 많은 사람들이 환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제가 보기엔 걱정이에요. 남한이 돈 버는 방식과 그걸 나누는 방식, 그니까 언니들이 하는 유식한 말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그대로 북한으로 간다면 그게 뭐 좋은 건가요? 남한에서 가장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은 전교조도 범민련도 한총련도 아니고 바로 현대와 같은 자본들이지요. 이 자들은 국가보안법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통일은 원하는 이상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통일을 원하는 걸까요? 어떤 교수 언니가 그러대요, “남북경협은 오히려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과 한국재벌이 중심이 된 한국의 종속적 신자유주의의 북한으로의 영토적 확장이 되고 말 것”이라구요. 나보다 다들 가방끈이 길 테니 이해했을 거예요. 한 중소기업사장이 그랬어요.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게 로또보다 낫다고. 싼 임금, 높은 노동생산성, 고학력 노동자, 국내 수준의 물류비용. 그렇다고 북한 경제가 이대로 정체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경제성장의 수혜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게 문제인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이식된다면 북한 정권의 의지대로 호락호락 안 될 걸요. 이건 핵문제랑은 또 다른 개별 초국적 자본과의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아 힘들다~~ 넘 어려운 말을 많이 했어요.)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지금 이 정도 수준, 즉 6자회담 합의 수준으로 고착화 될까봐 이 방면 운동하는 언니들 고민이 많지요. 한반도의 평화체제 안에 종전과 불가침 선언, 주한미군철수, 북미 간 평화조약 체결 등 모두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고 봐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다 성취한 후에 아니 그 과정에서 야금야금 북을 신자유주의 세계경제 체제로 재편한다면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여성노동자 문제 등 차별과 빈곤의 문제가 곧 북한의 문제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전 노무현 꼰대가 말하는 경제협력이 음흉한 장사꾼처럼 흉측해요.

사회운동하는 언니들이 모여서 재미난 토론과 이야기 굿판을 연다고 합니다. 내일부터(8/30-9/2)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리는 사회운동포럼이요. “소통에 사무치다/연대에 미치다/ 변혁을 외치다” 세상을 두드리며 ‘치고’ 싶은 모양이에요. 올해는 우선 언니들 운동사회를 겸손하게 반성하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변혁의 벽돌을 한 장씩 찍어내자고 맘들을 단단히 먹었나 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회운동포럼으로 오세요. 후회하지 않게 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