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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헌읽기] 인권옹호자 선언(The declaration on human rights defenders)

올해로 세계인권선언은 제정 60주년을 맞는다. 환갑잔치를 해야 할 테지만 거기에 담긴 인간의 권리가 얼마나 영글었는가를 묻는다면 한숨이 먼저 나올지 모른다. 선언의 진정한 의미는 실천에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천의 주체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이에 10년 전인 1998년, 선언 50주년을 맞아 채택된 것이 ‘인권옹호자 선언’이다(원래 이름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개인, 집단 및 사회 기관들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선언’이다. 줄여서 ‘인권옹호자 선언’이라 한다). 이 선언은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기존의 권리를 인권옹호자의 역할과 상황에 적용하기 쉽도록 핵심을 분류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권옹호자들에게 자행되는 보복의 규모와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이 선언을 채택한 우선적인 동기다. 또한 사회 속의 모든 개인과 조직은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할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는 것, 즉 누구나 인권옹호자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선언이다. 유엔은 2000년 ‘인권옹호자에 대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하여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권옹호자 탄압에 대한 청원을 접수하고 조사‧권고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인권옹호자’는 누구인가

‘인권옹호자 선언’에서 말하는 ‘인권옹호자’는 인권단체 등에 소속된 소위 인권활동가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성별, 나이, 출신지, 직업 및 기타 경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권옹호자이다. 같은 말로 인권옹호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도 ‘행동’이다. 인권옹호자를 설명할 때는 그 사람(들)의 활동 내용과 활동 배경이 무엇인가가 필수적이다. 어떤 사람을 두고 인권옹호자라 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직책이나 소속단체의 이름이 아니라 활동 내용이 인권과 어떻게 관련되느냐이다.

유엔이 인권옹호자 선언과 관련된 해설에서 밝히고 있는 인권옹호자의 최소 요건은 세 가지이다.

첫째, 인권의 보편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어떤 인권을 부인하면서 동시에 인권을 옹호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남성의 인권을 옹호하면서 여성도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인권옹호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둘째, 인권옹호자의 주장이 법적으로 옳고 그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땅에서 오랜 세월 몇 세대가 살면서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이 있다면 누가 그 땅의 법적 소유자냐와 상관없이 인권옹호자들은 그 농민들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다. 인권옹호자인가를 가르는 핵심적인 문제는 그들의 관심이 인권의 범위와 시각에 해당하는가이다.
유엔은 특히 이 두 번째 요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곳에서 인권옹호자들은 어떤 논쟁되는 문제의 한쪽을 지지하기 때문에 정부나 대중은 인권옹호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며 진짜 인권옹호 활동이 아닌 것으로 깎아 내리려 한다. 이런 태도야말로 틀린 것이라고 유엔은 지적한다. 인권옹호자란 그들이 옹호하는 권리가 무엇이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인권옹호자들 자신이 갖는 권리에 따라 정의되고 수용돼야 한다. 정부나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셋째, 인권옹호자들이 취하는 행동은 선언에 부합하는 ‘평화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권옹호자의 권리

9개 조항에 걸쳐 인권옹호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결사와 집회의 권리, 정보의 추구‧획득‧수용 및 보유의 권리이다. 이들 권리는 모든 사람의 권리인 동시에 인권옹호활동에 제일 중요한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엔은 결사의 자유를 인권옹호활동의 근거라 했고, 인권을 침해하는 공공 정책이나 국가의 행위에 반대해 항의할 권리는 민주주의에서 참여의 효과적인 형태라고 했다. 집회의 자유는 항의할 권리의 중요한 요소로 인정되며 국가가 이를 거스르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이들 활동은 법의 효과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5개 조항은 국가의 의무에 관한 것으로 관할권하의 모든 사람의 인권보장, 인권침해의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의 제공, 인권침해에 대한 신속하고 공명정대한 조사,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이유로 어떤 폭력이나 위협‧보복‧차별‧압력 등을 당하지 않도록 인권옹호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취하기 등이다.

선언은 모든 사람이 사회에 대한 의무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모두에게 인권옹호자가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권을 증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자기 사회의 제도와 기관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책임이다. 특히, 타인의 인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업 활동의 책임을 언급하고 있는데, 자주 말하는 경찰, 변호사, 판사 등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 활동의 인권책임성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축가는 사람의 안전을 생각하는 당연한 설계를 해야 하고, 아동이 이용할 건물을 설계하는 거라면 아동의 의견을 청취하는 식으로 아동의 인권을 옹호할 수 있다.

수난받는 인권옹호자들

고문, 납치, 폭행, 감금, 위협 등 세계적으로 인권옹호자들에게 따라붙은 그림자는 우울하다. 밖이 아니라 안만 보더라도, 기본적인 노동권을 빼앗겨 한겨울 천막농성이나 고공농성을 벌여야 하는 노동자들, 1년치 활동비보다 더 많은 벌금을 인권옹호 활동 때문에 때려 맞는 활동가들, 양심선언과 내부고발을 이유로 위협당하는 사람들, 인권옹호의 기본적 방식 중의 하나인 집회 및 시위를 이유로 전기충격기나 최루액의 재출현을 염려해야 하는 사람들,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위축당하고 자기 검열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언제 어디서 연행돼 추방될지 모르는 이주노동자들…. 세계인권선언이나 인권옹호자선언의 조항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침해 목록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촛불이든 농성이든 성명서든 모금통이든 공청회든 법안이든 교육이든 인권옹호자들의 권리를 치켜든 행동이 있는 한 인권옹호활동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보편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개인, 집단 및 사회 기관들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선언(1998년 12월 9일, 유엔총회 결의안 53/144)

유엔총회는,
세계 각국, 모든 사람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는데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는 주된 책임과 의무는 국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개인, 집단, 결사체가 국내에서나 국제적 차원에서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배양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제1조: 모든 사람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결사하여, 국내와 국제적 차원에서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고 이를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힘쓸 권리를 가진다.

제2조 2항: 각국은 이 선언에서 언급하는 권리 및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장되도록 이에 필요한 입법, 행정 및 기타 조치를 취한다.

제5조: 모든 사람은…다음과 같은 국내외적 권리를 가진다:
(a) 평화적 회합 또는 집회
(b) 민간단체, 결사 또는 집단의 결성, 가입 및 참여
(c) 민간 또는 정부간 기구와 의견 소통

제6조: (a) 모든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관한 정보를 파악, 조사, 입수, 수령, 보유할 수 있다. …(b)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견해, 정보,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발행, 제공 또는 배포할 수 있다. (c) 모든 인권 및 기본적 자유가 법적으로 또한 실제적으로 어떻게 준수되고 있는지 조사, 토의하고 이에 대하여 의견을 형성, 유지할 수 있으며, 이 뿐 아니라 그 외 적절한 방법을 통해서도 이 문제에 대하여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제7조: 모든 사람은 새로운 인권 사상과 원칙을 개발‧논의하고 그것의 수용을 지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제8조: 1. 모든 사람은 자국 정부의 운영 및 공공 업무 수행에 아무런 차별 없이 효과적으로 접근,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2. 여기에는 특히 정부 부처 및 기구, 기타 공공기관에 업무활동에 대한 비판서나 업무 향상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고,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 실현하는데 방해 또는 저해가 되는 활동을 지적하는 권리가 포함된다.

제11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직업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인권, 기본적 자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그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고 직업윤리 및 강령에 대한 국내외 관련 기준을 준수한다.

제12조: 1. 모든 사람은 개인으로나 다른 사람과 결사하여 인권 및 기본적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평화적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2. 국가는 이 선언에 언급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한 결과로서 어떠한 폭력이나 위협, 보복,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적대적 차별, 압력 및 여타의 자의적인 행위로부터 권한있는 당국이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덧붙임

◎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입니다.